|
 |
|
ⓒ 목포투데이 |
|
도전 또 도전 새로운 삶 조영범 신안농협 이사
‘한우 펀드’ 조성, 주민 전체가 잘사는 마을 꿈꿔
“나를 품어준 고향 어르신들께 소득창출로 보답”
돌도 씹어 먹는다?는 왕성한 젊은 시절 빈털터리로 고향에 돌아와 15만평 규모의 농사를 짓는 농사꾼이자 300여 두의 소를 키우는 축산인으로 성장한 그가 이제 고향을 위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자은에서 농사꾼이자 축산인으로 건실한 텃밭을 일구고 있는 조영범 신안농협 이사가 신안농협 조합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의 도전기와 당당한 포부를 들어본다.
▲고향 자은은 조영범 이사에게 어떤 곳인가.
= 갈 곳 잃은 어린양을 따뜻하게 품어준 곳이 바로 고향 자은이다. 고향을 떠나 힘들고 지칠 때 고단한 짐을 내려 놓고 빈손으로 찾아온 나를 제 식구처럼 껴안고 반겨준 분들이 이곳을 지키고 계시는 어르신들이다. 세상에 나를 내놓은 곳도 이곳이지만 앞으로 나를 거둘 곳도 이곳이다. 그 분들께 보답하는 마음으로 성심성의껏 최선을 다하고 싶다.
▲젊은 시절 모두가 떠나는 섬을 다시 찾게 된 계기는.
= 태어나 자라고 성장한 곳이지만 목포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고향을 등질 수 없었다. 늘 이방인처럼 몸은 타지에 있었지만 마음은 고향을 그리워했나 보다. 졸업하자마자 약속이나 한 듯 누가 권유한 것도 아니었지만 고향을 향하고 있었다. 도시에서의 사업 실패나 향수로 어쩔 수 없이 고향을 찾은 것도 아니고, 집 나온 아이가 집에 돌아가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귀가였다. 지금의 내 부모 나이의 어르신들이 다 내 부모처럼 나를 품었다.
▲막막한 고향에서의 첫 출발과 여정이 순탄치만은 않았을 것 같은데 어떻게 극복했나.
= 농기계 수리 사업을 시작할 당시 첫 월급이 5만원이었다. 화물차 조수로 일해도 30여 만원의 월급을 챙길 수 있었지만 지역을 오가는 화물차 운전은 위험천만이었다. 안전한 일을 하고 싶었다. 포기하고 다시 시작한 일이 20만원의 급여를 열심히 모아 당시 사채 3부 5할 이자를 갚아가면서 일에 매달렸다. 성실하고 부지런한 나를 알아주시고 어르신들이 신뢰하면서 재산이 모이게 됐다.
▲축산업의 전망과 여기 매진하게 된 배경은.
= 농업도 규모가 크지만 노인분들의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축사를 짓게 됐다. 2017년에 시작해 2020년에 준공했으니 우여곡절도 많고 오래 걸린 셈이다. 한우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지역주민들 대부분이 노인분들이라 그분들을 위해 펀드를 조성해 소득,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싶은 바람이다. 2,500두 정도 목표로 행정기관과 연계하면 원활할 것으로 예상한다.
▲신안군이 추진하는 관광산업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 천혜의 자원을 갖고 있는 신안의 관광자원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주민의 소득창출이 중요하다. 안정된 기반 없이 소수에 득이 되는 관광 연계사업은 탄탄한 미래 성장 동력이 될 수 없다. 섬은 도시보다 2배 이상의 가계 소득이 있어야 유지가 된다. 주민 개개인의 안정된 소득 기반 조성이 우선이다.
▲농협 조합장에 도전장을 내미셨는데, 동기나 배경은.
= 조합원들이 주인이라는 의식을 심어주고 싶었다. 주민들이 생산해낸 농작물을 농협에서만 판매할 것이 아니라 조합원들이 직접 참여해 품목별 협의체를 구성하고 농민들이 직접 참여해 판매함으로써 손익금에 대한 당당한 분배와 품목별 기금을 적립해 어려울 때 나누고 챙기는 조합이 됐으면 한다. 젊은 이들이 떠난 섬에 고령화가 극심하다보니 일할 사람이 없다. 그렇다보니 15년 전 인력사업을 잠깐 시작하게 됐는데 아쉬운 부분이 많다. 원활한 인력 공급 체계를 갖춰 3천만원도 안되는 연 소득을 5천 이상 창출할 수 있는 구조 개선이 시급하다.
▲한우 펀드는 어떠한 구상으로 생각하게 됐나.
= 펀드는 일단 행정적 지원이 필요하다. 전국 유례 없는 사업으로 지역 주민 전체가 참여해 같이 잘 사는 마을 조성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마늘이나 양파 외에 기금 적립이 전무한 실정이다. 버려진 농지들이 야산이 돼버려 축산 관련 활용도가 높다. 지역 주민들이 신념을 갖고 따라 준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규모화하고 경비만 줄여도 어떠한 고난도 헤쳐 나갈 수 있다.
▲직원이나 조합원들을 위한 복지 개선은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
= 대기업에서도 수직적 상하관계나 직함이 없어지고 수평적 관리체계가 갖춰졌다. 탄력적 출퇴근과 자유분방한 분위기와 소통으로 후생 복지 기반마련에 힘써야 한다. 퇴직후 노후가 보장될 수 있는 안정적 기반을 점차적으로 개선해나갈 정책 기반도 중요하다.
▲조합은 어떻게 운영돼야 하나.
= 조합장 본연의 업무는 ‘지도 사업’이다. 구판매 사업 등에 더 매진하다 보면 본연의 업무에 소홀할 수 밖에 없다. 주유소나 로컬매장 등 수익 창출 사업도 중요하지만 조합장 본연의 업무를 망각해서는 안된다. 자칫 이권개입 등 불미스러운 일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차별화되는 자신의 장점과 바라는 점은.
= 주민이 다 함께 잘사는 마을을 만들어가고 싶다. 어렵게 살아온 경험을 밑거름 삼아 농사도 지어보고 축사도 운영해본 만큼 현장 경험이 풍부하다. 조합원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조합원의 뜻을 가장 잘 대변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정리=신안나기자>
2022년 3월 23일 제1137호 9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