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영 회장은 "윤 대통령이나 새로 취임하는 박홍률 시장도 엇비슷한 사례가 나올 것이다. 때론 허위성 루머 전파자들은 강력조치하되, 진정한 비판은 귀를 열어보기"를 당부했다 편집자 주
(2009년 2월 25일 목포투데이 정태영 칼럼 갓바위)
만약 시민들이 정종득 목포 시장을 ‘시장님’이라고 부를 수 없는 상황이라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아니 입에 재갈이 물려 ‘시장’이란 호칭마저 말할 수 없다면.
이런 기막힌 일이 지난 20일 목포시 인사를 앞두고 목포시 공무원 노조 인터넷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서 발생했다.
지금은 삭제되어 일반 시민들이 읽을 수 없는 조합원 전용 토론실로 옮겨진 ‘영석 씨와 정종독 님’이라는 글에는 믿기 어려운 사례가 공개되었다.
인터넷 자유게시판이 ‘시장’이란 말을 적으면 글이 못 올라가게끔 조치되어 있어 어쩔 수 없이 ‘시민장(민자를 빼고 읽으세요)’과 ‘정종독 님’으로 표기하니 오해 없이 읽어달라는 내용이었다.
‘시장’을 ‘시장’이라고 부를 수 없는 난처한 상황에 직면하자 실제로 많은 공무원들이 ‘시장’이라는 말 대신 ‘사장’이라는 표현을 게시판에 쓰고 있었다. 제보자는 ‘농약’이란 글도 본문에 포함시키면 글이 안 올라간다고 했다.
인사를 비판하는 글에 등장하는 ‘시장’이란 단어와 목포 농산물 유통센터가 5년 간 학교급식을 독점했다는 비판 글에 등장하는 ‘농약’이란 단어를 불량 단어로 통제하여 아예 이를 언급하는 시민들의 입을 원천적으로 막은 것이다.
기술적으로 이런 제한조치는 아주 간단하다. 게시판 관리자가 불량 단어 필터링 항목에 제한하고자 하는 단어만 삽입시켜 놓으면 된다.
인터넷 쿠데타? 비판도
나는 이 현상이 정종득 시장의 지시로 이뤄진 것은 아니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이 사실을 비판한 글이 게시된 이후 다시 ‘시장’이란 단어가 불량단어 항목에서 삭제되어 자유롭게 글을 게재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그러나 게시판에 시 인사에 대한 내부 공무원들의 비판과 우려가 잇따르자, ‘시장’이란 단어를 불량단어로 등록하여 글을 통제한 것을 우리는 어떻게 해석해야 될까.
그것은 일부 충성파의 ‘인터넷 쿠데타’였다. 게시판의 글들이 명예훼손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면 그 글만 운영안에 맞춰 정리하면 되는 것이지, 게시판 전체를 굳이 ‘시장’을 불량단어로 만들어 통제할 필요는 없다. 그 쿠데타로 정종득 시장은 ‘시민장’이 되고 ‘정종독 님’이 돼야 했다. 이 때문에 일순간이지만 “시장을 포기했다” 라든가 “사조직의 볼모가 되었다”는 비아냥까지 받았다.
지난 금요일 하위직 인사를 앞두고 정종득 시장과 목포시 직원들은 일주일 동안 괴로움과 고난의 길을 걸었다. 시청 내 사조직을 비판하거나 비판자의 과거 행동을 폭로하는 글에서부터 인사권자를 공격하는 내용들이 줄을 이었다. 또 “지긋지긋하다” “게시판을 없애자”는 내용 등 고통을 하소연하는 글도 눈에 띄었다.
정조도 ‘호로자식’ 욕하기도
필자가 지난 주 이 란에서 썼던 ‘목포시청 사조직의 산타기? 줄타기?’란 글이 조회수 1천여 회를 넘으며, 누군가 그 글이 사람들 눈에 안 띄게 ‘밀어내기 전법’(관계없는 엉뚱한 글들을 계속 올려 주요 글을 뒤로 밀어내는 방법)을 펼치면, 또 다른 공무원들이 앞으로 퍼 나르는 장면들을 봤다.
난 그런 장면들을 보면서 최근 공개된 조선의 임금 정조가 심환지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 내용을 떠올렸다. 정조는 자신을 공격하는 신하에게 ‘젖 비린 내 나는 놈’ ‘호로 자식’ 등의 욕설을 내 뱉기도 했다.
또 전라도의 누구에게 벼슬하라고 했는데 안 올라오니까 “저 놈이, 조상 대대로 국록을 받아먹은 놈인데 내 말을 안 듣고 있으니 개새끼냐? 돼지새끼냐?”고 울컥했다. 반면 연말 인사에 대해 당파들 간에 불만이 없자 기분이 좋아 “하하(呵呵):웃는다.”고 편지를 썼다.
인사를 고르게 하겠다는 의미로 ‘탕탕평평실(蕩蕩平平室)’이라는 액자를 침실에 달고 살았던 정조 또한 인사 문제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었던 것이다.
그런 정조도 비판하는 말이 없으면 걱정을 하면서 이런 말을 남겼다.
“언로(言路)는 국가로 치면 혈맥(血脈)인데 요즘 와서는 조용하기만 하고 진언(進言)하는 자가 없으니 아마도 과인(寡人)이 과오를 듣기 싫어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자리를 물려받은 초기에 바른말을 들을 수 없다는 것은 사실 위에 있는 사람이 통솔을 잘못하기 때문이기는 한 것이지만 말하는 것이 직분인 자들로서는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 왜 죄가 아니겠는가. ……”
(정태영 박사 목포칼럼집 - 목포발청춘열차 104~106p, 뉴스투데이출판,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