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못 따라가는 월급…깊어진 한숨
“적정선 대한 사회적인 협의가 필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8%로 2008년 10월(4.8%) 이후 1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다.
글로벌 투자은행(IB) ING는 국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조만간 5%대에 진입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물가가 오르는 만큼 내 봉급도 오른다면 괜찮지만 내 봉급만 안 오른다는 한탄이 곳곳에서 들려온다. 고용노동부가 공개하는 ‘고용노동통계’ 자료를 경향신문이 분석해 보니 지난 2월 기준 300인 미만 사업장의 월평균 실질 임금은 313만 6950원으로 지난해에 같은 달과 비교해 8.2% 줄었다. 실질 임금은 내가 받는 명목임금에서 물가상 승분을 반영한 임금을 말한다.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실질 구매력을 나타낸 임금으로 명목임금(통장에 찍히 임금)을 소비자물가지수로 나누어 산출한다. 쉽게 말해 월급 오르는 것보다 물가가 더 빠르게 오르면 마이너스가 된다. 정향숙 고용노동부 노동시장조사과장은 “올해 우리나라는 4% 정도의 물가 상승률이 전망된다”며 “물가 상승률이 높은 상황에서 명목임금 상승률이 4%를 초과하지 않는다면 실질임금 상승률은 굉장히 낮을 것”이라고 했다.
고물가가 끌어올린 금리도 주머니 사정을 빈곤하게 만든다. 한국은행은 물가 방어를 위해 지난해 8월부터 지난달까지 모두 네 차례에 걸쳐 금리를 올렸다. 은행에 이자를 더 낸 만큼 가계가 쓸 돈은 더 적어진다. 노력한 만큼 적정한 임금보전을 요구하는 MZ 세대들의 요구와 맞물리면서 일부 대기업은 임금을 빠르게 인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노사협의회를 통해 2022년 전 사원의 평균 임금을 9% 인상하기로 했다.
카카오와 네이버는 임직원 연봉 총액을 각각 15%, 10% 올리기로 했다. LG전자를 비롯한 LG그룹 계열사도 임직원 평균 임금을 8∼10% 인상할 방침이다. 문제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높은 임금 인상이 전체 임금 상승률에 착시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임금 총량이 커진 만큼 물가를 자극해 인플레이션은 더 확대될 수 있다. 대기업 노동자들의 높은 임금 인상이 의도치 않게 물가인상률을 끌어올리면 그 고통을 중소기업 노동자들이 받는다. 2019년 말 기준 국내 중소기업 종사자는 1744만 명으로 전체 기업 종사자의 82.7%에 달한다.
지난 2월 통계청의 ‘2020 임금근로 일자리 소득 결과’를 보면 중소기업 직장인의 월평균 소득은 259만 원으로 대기업 529만 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우석훈 성결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공부문과 대기업은 물가 상승분만큼 임단협을 통해서 반영하기 때문에 인플레 충격이 크지 않다”며 “하지만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는 외부 충격을 그대로 받는다. 가처분 하기 때문에 격차가 더 벌어지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동 연구원이 지난 3월 발표한 ‘5명 미만 사업체 노동자 광역시·도별 실태 분석’에 따르면 전체 노동자의 13.4%인 272만 6000명이 시간당 임금이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5명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27.9%(101만 7000명)가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 상승은 모든 노동자에게 똑같이 적용되는데, 임금 상승의 혜택은 일부 노동자에게만 돌아가면서 저임금 노동자들의 고통이 더 심해지고 있다.
중소기업 노동자의 임금 상승분이 현실적으로 물가 상승분을 따라가기 힘든 상황인 만큼 사회적 합의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중소기업 노동자의) 실질 임금이 마이너스인 것은 사실”이라며 “(대기업 노동자의) 임금을 올릴 필요성은 있지만 과도한 임금 인상이 물가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적정선에 대한 사회적인 협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진하기자
2022년 5월 25일 제1146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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