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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욕심에 영·호남 다시 쪼개졌다”

민주 ‘잠룡’ 김부겸, ‘거물’ 박지원 낙마, 무소속 홍준표는 회생
목포투데이 기자 / mokpotoday1@naver.com입력 : 2020년 04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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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욕심에 영·호남 다시 쪼개졌다”
민주 ‘잠룡’ 김부겸, ‘거물’ 박지원 낙마, 무소속 홍준표는 회생

- 통합당, TK 25곳 중 24곳 PK 40곳 중 33곳 싹쓸이
- 호남선 중진 민생당 전멸, 28곳 중 27곳 석권


[4·15 총선 분석]

21대 총선은 더불어민주당 163석,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17석 합해 180석을 확보해 ‘공룡 여당의 꿈’이 실현됐다. 

20대 총선의 키워드였던 ‘제3지대의 돌풍’은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전멸하는 위기를 맞았다. 

그동안 총선의 판도를 바꾸었던 정권 심판론, 샤이보수, 여론조사 착시에 따른 허수 등도 전혀 작동되지 않았다. 코로나 19로 인해 불안한 국민정서가 여야 정국의 이념적 대치보다는 안정적 국정운영에 손을 들어줬다. 

결과는 4년 전 무너지는 듯했던 지역주의 장벽은 더 견고해지고 이를 통해 향후 대안정당 없는 진보와 보수의 거대 양당 정치는 더 공고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호남에서, 미래통합당은 영남에서 사실상 ‘싹쓸이’에 성공했다. 

여야 모두 외연 확장보단 지지층 결집에 골몰한 결과다. 호남 정당을 자처했던 옛 민주평화당(현 민생당)은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차근차근 키워온 중진 인물들이 사실상 민주당 초선의원들에게 전멸하는 참패로 이어졌다. 

정의당은 현역 심상정 의원만 겨우 회생했다.

호남을 대표해 온 거물급 인사들의 낙마는 향후 전국 정치 지형에서 호남을 대변해 왔던 ‘호남 배려론’ 등에서 힘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역주의가 견고해짐에 따라 대권 등 정치지형을 가를 표심이 수도권과 충청권으로 이동했기에 상대적으로 호남의 소외가 불가피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통합당에서 탈당한 정치 원로 홍준표, 윤상현, 김태호 등 3인방을 살려낸 경남의 정치의식이 더 낫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21대 총선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다당제가 탄생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지만 위성정당의 출현으로 거대 양당 체제가 더 견고해지는 역효과를 냈다. 결과적으로 호남은 더불어민주당, 영남은 미래통합당이 편식하는 양당 중심의 지역구도가 심화됐다.

▲지역주의 왜 견고해졌나?

이번 총선에서 영남권은 65석, 호남권은 28석이 걸려 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호남에서 28석, 미래통합당은 영남에서 50석 이상 얻을 것으로 예상됐다. 

한반도 지도만 놓고 보면 보수 성향이 강한 동쪽은 분홍색(통합당), 진보 색채가 짙은 서쪽은 파란색(민주당) 일색인 셈이다. 21대 총선 들어 지역주의가 되살아난 배경에는 조국 사태, 패스트트랙 충돌, 코로나 19에 대한 불안감 등이 가속화 하면서 위기감을 가진 양당 지지층이 더 결집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역주의를 극복할 만한 인재 발굴에 소홀한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민주당은 영남권에 65명의 후보자를 공천했지만 통합당은 호남 의석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2명만 공천했다. 통합당에선 한때 6선 중진 김무성 의원의 광주 출마를 검토하며 호남에서 보수의 바람을 일으키는 전략을 논의했으나 이마저도 불발됐다. 

민주당 역시 TK(대구·경북) 지역에서 현역 김부겸(대구 수성갑), 홍의락(대구 북구을) 후보가 고전했고, PK(부산·경남)에서도 대부분 여당 후보들이 당세가 강한 통합당의 벽을 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4년 전 PK 8석, TK 1석을 얻어 영남권에 ‘진보벨트’를 형성하며 지역주의에도 균열을 냈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민주당과 통합당 외에 대안정당이 마땅치 않은 점도 지역주의 가속화와 정치 양극화를 초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대 총선에선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녹색바람을 일으키면서 민주당이 독식하던 의석을 상당부분 잠식했다. 당시 국민의당은 광주 8석 전석을 석권한 것을 비롯해 전남 8석(민주당 1석), 전북 7석(민주당 2석)을 차지했다. 하지만 국민의당은 이번 총선에서는 지역구 후보를 한 명도 공천하지 않았다. 

원내 3당인 민생당도 총선에서 큰 흥행을 일으키지 못하면서 양당을 견제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거대 양당을 대신할 제3정당의 부재로 양당 체제는 공고해졌고 영호남 지역 편중 현상은 심화됐다.

▲낙동강 벨트 수성한 통합당

영남 지역의 경우 통합당이 압승을 거뒀다. 총 65석이 걸린 영남에선 통합당이 56곳을 가져가며 지역주의를 공고화했다.

대구·경북(TK) 지역의 경우 전체 25곳 중 1곳(무소속 홍준표)만 빼고 통합당 후보들이 싹쓸이 했다. 성향으로만 본다면 사실상 통합당이 TK지역은 휩쓸어간 셈이다. 

지난 20대 총선 당시 파란색 당선 깃발을 꽂았던 잠룡 김부겸·홍의락 민주당 의원은 모두 패배했다.

현 정부의 장관급 인사인 김부겸·김영춘 의원은 총선 승리를 발판 삼아 대권에 도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통합당이 두 의원을 대상으로 ‘자객 공천’을 했고, 이 전략이 보수 지지층의 결집으로 이어져 승패를 갈랐다. 

부산·울산·경남(PK) 지역의 경우 전체 40곳 중 33곳을 통합당 후보들이 차지했다. 18석이 걸린 부산에서는 민주당에 3석(북강서갑 전재수·남을 박재호·사하갑 최인호)만 내줬다. 경남에선 16석 중 12석, 울산에선 6석 중 5석을 차지했다. 통합당은 33석을 가져갔다. 나머지 1석 역시 통합당을 탈당한 김태호 후보가 차지했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PK 지역에서 8석을 차지했다. 보수층의 통합당 쏠림 현상은 농촌 지역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경북 김천의 송언석 통합당 의원은 75.7%의 지지율을 나타냈다. 경북 군위 의성 청송 영덕의 김희국 후보도 79.3%를 기록했다.

▲민생당 전멸한 호남

민주당은 총 28석이 걸린 호남에서 한 곳을 제외하고 전원 당선됐다. 나머지 한 석은 민주당 출신인 이용호 무소속 후보(전북 남원 임실 순창)가 당선됐다. 

민주당은 2016년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 ‘녹색돌풍’에 밀려 호남 28석 중 23석을 내주고 3석을 지키는 데 그쳤다. 특히 의석이 하나도 없었던 광주에서 8석을 모두 가져갔다. 전남에서도 10석을 석권했다.

민주당과 1대1 구도를 형성했던 민생당의 호남 의원들은 정치적 경험이 풍부한 다선이라는 점을 앞세워 ‘인물론’으로 승부수를 띄웠지만 통하지 않았다.

박지원·정동영·천정배·박주선·유성엽 등 거물급 정치인들도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2석을 차지했던 통합당(당시 새누리당) 의원은 한 명의 후보도 10% 이상 지지율을 올리지 못했다.

이정현 무소속 의원과 정운천 통합당 의원은 호남을 떠났다. 정치권에선 이번 총선에서 여야가 정책 이슈보다 진영 대결에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차원의 긴급재난지원금 이슈 등에서도 차별화된 정책보다는 ‘퍼주기’ 대결이 펼쳐졌다. /박근영기자

2020년 4월 22일 제 1044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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