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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 “하늘이 무너진 듯·가슴이 쪼개진 듯” 눈물의 사연

납골당 침수로 유골함 잠겨 유족들 “주저앉아 울었다”
빛 잃은 과일들 “내 농작물 죄다 폐기할 일만 남았다”

목포투데이 기자 / mokpotoday1@naver.com입력 : 2020년 08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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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김제 백산 한 농가의 고추들이 비 피해를 입어 검게 변해 있다.
ⓒ 목포투데이
침수된 납골당 앞에 모여든 유가족들.
ⓒ 목포투데이
최근 폭우로 침수 피해가 난 광주 북구 동림동 한 사설 납골당에서 9일 유가족이 유골함을 수습해 품에 안고 있다.
ⓒ 목포투데이


폭우 “하늘이 무너진 듯·가슴이 쪼개진 듯” 눈물의 사연
납골당 침수로 유골함 잠겨 유족들 “주저앉아 울었다”
빛 잃은 과일들 “내 농작물 죄다 폐기할 일만 남았다”


- 전라도와 경상도 잇는 화개장터 잠겨
- 소들까지 지붕 위로 올라갔던 폭우
- 폭우피해, 전국 곳곳에 안타까운 사연들

전국 곳곳에 폭우가 쏟아지며 많은 사망·실종자가 발생해 국민들이 “9년만에 최악의 물난리”라며 기록적 폭우에 대한 두려움을 표출했다. 폭우로 인해 이재민 또한 엄청난 숫자로 늘어났을 뿐 아니라 시설 피해, 농경지 피해 등을 입혀 평생을 일궈온 자식 같은 농가도 망가졌다.

전국의 폭우피해로 주위를 안타깝게 했던 사연들을 소개한다.

▲ 광주, 납골당 침수

이틀동안 500mm가 넘는 폭우가 내린 광주광역시에서 납골당 건물 지하층이 침수됐다. 유골함 1800기가 안치된 곳이라 유족들은 말그대로 망연자실했다.

이곳은 건물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흙탕물로 가득 차 있어 급히 양수기를 동원해 물을 빼보았지만 좀처럼 빠지지 않았다.

영산강변에 위치한 추모관 건물이 이번 폭우로 지하층의 바닥부터 천장까지 약 3m 높이의 공간이 물에 잠겼다. 침수 원인으로는 환풍구를 통해 빗물이 흘러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SNS로 소식을 접한 유족들은 밤길을 달려와 눈물을 훔치며 바가지로 물을 퍼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유족 이 씨는 “오자마자 주저 앉았다.”며 “그냥 눈물 밖에 나지 않고 한동안 그냥 앉아서 아버지가 물에 잠겨있다는 자체가 너무 가슴이 아팠다.”는 심정을 전했다.

배수작업이 마무리 된 추모관 지하층의 유골함 가운데 일부는 옆으로 넘어지거나 덮개가 열린 상태로 발견됐다.

유족들은 비가 그치자 아침 일찍 찾아와 유골함의 상태를 확인하거나 침수되지 않은 지상층으로 유골함을 옮겼다. 또 그들은 연일 폭우가 이어져 침수 피해가 충분히 예견됐음에도 추모관 측의 조치가 부실했다며 청와대에 국민청원을 제기했다.

▲ ‘자식같은 농가’ 휩쓸어

임실에서 남편과 함께 농사를 짓는 이 씨는 바닥에 나뒹구는 복숭아를 주어들며 눈물을 삼켰다. 

비바람을 이기지 못해 떨어져 나간 복숭아로 농원은 노란 들꽃이 핀 듯 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땅바닥을 뒹굴던 복숭아를 집어도 죄다 멍이 들어 못쓰게 된 것들 뿐이다. 황도는 짓물러진지 오래고, 단맛이 대신 복숭아 속을 채운 물은 상품성을 앗아갔다.

이씨는 “‘피해 없이 그치겠거니’ 했던 비가 어느 한 순간에 강물을 이뤄 밭이며 농원까지 훑고 지나갔다”며 “이제 팔 것 없이 죄다 폐기할 일만 남았다, 올 해 농사는 말 그대로 쪽박이다”고 토로했다.

빨갛게 물들어가야 할 고추는 제 빛깔을 잃은 지 오래다. 김제 백산에서 고추농사를 짓는 박 씨는 검고 하얗게 썩은 고추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사먹고 말아야지 뭐” 하얗게 병이 든 고추를 따내며 애써 우스갯소리도 해봤지만, 타들어 가는 속은 달랠 길이 없다. 

박씨는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고추밭엔 탄저병이, 인근 논은 도열병이 들기 시작했다”며 “입추에 비가 오면 한 해 농사가 망한다더니 그 말이 딱이다”고 했다.

사흘간 최대 500㎜가 넘는 비를 뿌린 수마(水磨)가 전북지역 곳곳을 할퀴고 지나갔다. 이번 비로 시설물 파손 등 잠정 집계된 피해만 800여 건을 넘어섰고, 이재민은 1,700여 명에 달한다. 

확의 기쁨을 누려야할 농가는 낙과, 침수 등 피해가 심각해 가을걷이를 앞두고 시름만 깊어지고 있다. 

사흘간 내린 비로 지난 7일부터 9일 오전 10시까지 전북도에 집계된 논 침수 피해는 김제‧남원‧정읍 등 6,973㏊에 이른다. 논 콩‧인삼 등의 밭작물 피해도 1,228㏊에 걸쳐 발생했다. 강처럼 흐른 빗물은 우사와 돈사 등 축사 122호, 11만6,679㎡를 덮치기도 했다. 실

제 순창 유등면 한 축사는 섬진강 댐 방류와 집중호우 등 이중고를 한 번에 겪으며 소 10여 마리가 물에 둥둥 떠다니는 안쓰러운 상황을 연출키도 했다. 이 축사 주인은 “빗물이 파도를 이루면서 우사를 덮쳤지만 사람이 들어갈 수 없어 소가 둥둥 떠다니는 걸 그냥 지켜 볼 수밖에 없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 남부지역 폭우피해

경상도와 전라도를 연결한다는 섬진강 변 경남 하동에 위치한 화개장터가 32년 만에 완전히 물에 잠겼다. 전북 남원도 금곡교 부근의 섬진강 제방 100여m가 붕괴돼 주민 수백여 명이 대피했다.

전북 진안에 있는 용담댐이 어제(8일) 오전부터 방류를 시작하면서, 충북 영동군 3개 면이 침수돼 주민 300여 명이 대피하기도 했다. 주말에는 전남 나주시의 요양병원이 폭우로 고립되면서 소방대원들이 거동이 불편한 노인과 직원 등 31명을 구조되기도 했다.

일부 구간이 침수되고 철교 수위 상승으로 운행이 중단됐던 광주선과 전라선 일부 구간은 오늘 오전부터 다시 운행이 재개됐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1일부터 이번 폭우로 모두 30명이 숨지고, 12명이 실종됐으며, 8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 아찔했던 순간들

죽음까지 갈 수도 있었을 아찔했던 순간들도 있다. 광주광역시 문흥동의 모습이다.

허리까지 물이 찬 상황에서 침수된 차의 문을 열어보지만 열리지 않았다. 근처에서는 119를 불러달라는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119 좀 불러줘요!” “네?” “119 좀 불러줘요!” “불렀어요.” 시민 박 씨는 “아주머니 한 분이 문 열려고 하는데 옆에서 위험하니까 ‘나오세요!’ 소리치고 그러는 거 같더라고요.”라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 밖에도 경남 하동군의 섬진강에서는 커다란 캠핑카가 물에 떠내려갔다. 시민 오 씨는 “굉장히 위험해 보였는데 위에서 캠핑카라든지 다른 부유물들도 굉장히 많이 떠내려왔다”고 설명했다.

▲ 지붕으로 올라간 소들

저렇게까지 비가 많이 왔구나 느낄만한 모습이 하나 있었다. 살기위해 지붕 위에 올라간 소들이다.

전남 구례에서는 폭우로 물이 불어나자 소들이 살기 위해 지붕 위에 올라갔다. 물은 빠졌지만 소를 내려 보내는 작업이 어려워 여전히 소는 지붕 위에 있다.

시민 고 씨는 “물이 계속 차니까 얘(소들)가 수영을 계속하다가 지붕 높이만큼 됐을 때 올라갔다가 물이 빠지니까 그대로 있는 상태다.”

근처 다른 축사의 소들은 몇 km 떨어진 산 위의 사찰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침수를 피해 500m 이상을 올라간 것이다.

폭우로 전국 곳곳에서 피해가 이어진 가운데 제5호 태풍 ‘장미’가 북상하고 있어 피해 복구와 추가 피해 예방을 위한 대비에 비상이 걸렸다. /이진하기자

2020년 8월 12일 제 1059호 6면
목포투데이 기자 / mokpotoday1@naver.com입력 : 2020년 08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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