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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선의 새 패러다임 제시, ‘표준어선형’제도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지역설명회 개최
목포투데이 기자 / mokpotoday1@naver.com입력 : 2020년 11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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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선의 새 패러다임 제시, ‘표준어선형’제도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지역설명회 개최
ⓒ 목포투데이


한정된 수산자원 고갈을 막기 위해 어선 용적으로 결정되는 총 톤수에 따라 어업허가
를 엄격히 등록·관리하고 있지만 어민들이 어선을 크게 만들려는 시도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어선이 물에 떠있을 때 그 무게는 물속에 잠겨있는 선체용적에 상당하는 해수의 무게와 동일하며, 이를 배수량이라고 한다. 따라서 어선 자체의 무게가 동일하면 선체용적 증가는 곧 적재·운송할 수 있는 어획물의 무게와 어획량의 증가로 이어져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또한 선체가 커질수록 운항안전성이 높아져 수산자원이 부족한 연안보다 상대적으로 거친 먼 근해에서도 운항할 수 있다는 점에 어민들의 큰 선체에 대한 갈증이 심화되고 있다.

이에 어업허가에 따른 허용용적에서 어선원이 생활하고 머무르는 복지공간인 상부구조물은 줄이고 선체는 과도하게 늘린 어선이 등장했다. 또 선체 외형을 크게 하기 위해 길이는 늘리고, 예비부력과 연관되는 깊이는 줄인 어선이 건조되는 상황도 벌어졌다. 어선을 증·개축해 어선원의 안전과 복지를 위협하는 사례가 발생한 것이다.

▲선박 위 현시점
안전과 복지가 담보되지 못한 채 건조된 어선은 어선원이 편하게 밥 먹을 공간, 비 피할 공간, 허리 펴고 쉴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조차 없는 열악한 근로환경을 만들었다. 선체 내 화장실이 있어도 한 사람이 겨우 들어갈 정도의 크기다.
해양교통안전공단은 “이 같은 문제의 원인이 제한된 톤수에서 공간을 나누자니 조업을 위한 공간이 부족해 휴식에 관련된 공간을 가장 먼저 줄일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젊은이들이 찾지 않는 기피산업이 되자 어선원의 고령화는 날로 심해지고, 외국인 노동자가 증가하는 등 산업 존립이 우려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정부와 해양교통안전공단은 이 같은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2010년 어선의 안전 및 복지를 위한 공간에 한해 허용용적에서 제외하여 증설을 허용하는 ‘어선 안전공간 확대를 위한 검사지침’을 제정·운용했다. 하지만 이 검사지침은 당초 취지와 달리 복지공간이 아닌 선체확장을 위한 지침으로 악용되어 불법 증축이 만연하는 등 여러 폐단이 지속돼 결국 2016년 폐지됐다.

또한 2017년 어선 등록제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연안어업에 종사하는 어선에 한해, 어선의 길이를 제한하고 용적을 2배까지 허용, 자유롭게 건조할 수 있는 ‘길이기준 어선등록제도’ 시범사업을 시행했다. 하지만 이 또한 취지와 달리 대부분 선체증가로 이어져 수산자원 고갈 우려와 근해 어업과 조업구역 분쟁 등으로 2018년 시범사업으로만 운영되다 종료됐다.

앞선 정책의 한계에서 벗어나 어선원의 안전과 복지를 향상시킬 수 있는 대안 마련을 위해 정부와 공단이 다시 한 번 힘을 모았다. 지난 2월 정부기관과 학계, 산업계, 연구단체 등 선박 및 어선관련 전문가가 한자리에 모인 기술자문회의를 필두로 장기간에 걸친 의견 교환과 세부 검토과정을 거쳐 지난 8월 ‘안전복지를 강화한 표준어선형에 관한 기준’을 제정·발표했다.

이번 정책은 앞서 폐지된 정책들에서 나타난 여러 악용·폐단 사례들을 예방하고, 어선원의 안전과 복지 향상을 목적으로 ‘표준어선형’ 인정을 위해 필요한 여러 장치들을 마련했다.

▲11일 지역설명회 개최
해양교통안전공단은 11일 목포어선안전조업국 1층 회의실에서 서남권역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2차 지역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번 설명회는 새로 마련된 표준어선형 기준의 취지와 목적, 달라지는 내용 및 어선해양사고 현황 등의 정보를 공유하고 질의응답, 토의 등의 시간으로 진행됐다. 목포와 여수, 완도, 신안 등 서해권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어업인과 설계사무소, 조선소 관계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특히 공단은 톤급별 표준전장(길이) 제시, 복지공간 증설 한도 및 안전성 확보 방안 등 새로운 기준 도입에 따라 확보 가능한 안전복지 공간에 대하여 구체적인 사례를 바탕으로 설명해 참석자들의 이해도를 높였다.

해양교통안전공단이 개최한 ‘표준어선형’제도 설명회 내용은 이렇다.
첫째, 선원실, 조리실, 화장실 등 어선원의 복지와 관련된 공간만을 상부구조물에 한해 증설가능토록 기준을 명확히 해 어획 생산량 증대를 위한 보관창고, 작업 공간, 선체 등의 확장 악용 사례를 사전에 차단했다. 둘째, 어선의 톤급별 허용 전장을 제시하여 선체의 무분별한 확장을 통한 수산자원 고갈 우려 및 어업별 조업구역 분쟁을 예방하고, 과도한 선체 깊이 감소를 방지하여 어선의 안전성을 강화했다. 셋째, 어선원을 위한 복지공간의 증설한도를 톤급별 허용용적의 45%로 제한해 상부구조물의 무분별한 확장을 막고, 상부구조물의 확장에 따른 복원력 저하를 예방하고자 복원성 검사 및 안전기준선 기준을 마련·제시하여 어선의 안전성을 확보했다. 넷째, 기존 정책의 악용사례를 바탕으로 톤수 용적 산입에 제외되던 장출갑판(선박 뒤쪽 갑판에서 선체외부로 갑판을 길게 연장한 장소)을 산입토록 개정하여 불법 증개축에 활용될 수 있는 요소의 차단을 꾀했다. 다섯째, 표준어선형으로 인정을 원하는 어선은 건조 또는 개조 시공 전 안전검사기관에 시공도면 등을 제출하여 사전승인을 받도록 하여 사전관리를 강화했다. 여섯째, 표준어선형 인정 후 임의 증·개축 등의 폐단을 예방하고자 지도와 단속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여 사후관리 또한 철저히 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 같은 표준어선형 기준과 함께 어선안전과 수산자원을 이원화 해 관리하는 획기적인 변화도 시도하고 있다. 수산자원을 현재와 같은 어선 규모나 척수에 따라 간접 관리하는 것에서 벗어나 실제 연간 어획량으로 관리하는 총허용어획량제(TAC)를 1999년에 도입, 대상어종을 지속 확대하고 있다.
더불어 현행 획일화된 어선의 규모(톤급)별 안전관리 기준을 조업구역 및 업종별 특성에 맞게 세분화하여 어선 및 어업인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정부의 이 같은 노력이 결실을 맺는다면 어업인들은 어선을 자유롭게 건조하고 안전하게 운용할 수 있으며, 동시에 어획 생산량 관리를 통해 전 어종 및 업종의 수산자원 보존도 가능할 것이다.
해양교통안전공단 이연승 이사장은 “이번 표준어선형 제도 도입으로 안전을 담보한 복지공간의 증설로 조업 효율성과 생산성이 향상된 어선이 건조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제도 정착을 위해 관련 제도의 지속적인 보완·개선은 물론 중소형 어선의 설계·건조 기술력을 향상하기 위한 기술지원 등에도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와 공단은 어업인들의 안전과 복지가 담보된 조업환경 개선을 위해 지난 2월부터 ‘어선안전고도화 사업’을 추진, 안전복지와 복원성 분야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이후 정부는 학계와 산업계, 어업인 등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반영해 표준어선형 기준을 마련, 지난 8월 행정 예고했으며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진하기자

목포투데이 제1072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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