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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국가서열 12위 국정원장 발탁

“문재인도 박지원도 독하다” 나라 미래 생각에 뭉친 두 정치인
대북정보통으로 청와대 비서실장 후 18년 만에 청와대 합류

목포투데이 기자 / mokpotoday1@naver.com입력 : 2020년 07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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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국가서열 12위 국정원장 발탁
“문재인도 박지원도 독하다” 나라 미래 생각에 뭉친 두 정치인
대북정보통으로 청와대 비서실장 후 18년 만에 청와대 합류


“문재인도 박지원도 독했다.”

박지원 전 국회의원 국정원장 발탁은 국가 위기시에 정치인들은 국가 미래를 위해 정적도 동지로 끌어안는 미덕을 발휘한다는 것을 보여준 단적인 사례라는 분석이 나온다. 
 
두 사람은 새정치민주연합 당권과 2017년 대선 당시 대통령 선거에서 정적으로 만난 정치적 원수였다. 심지어 눈만 뜨면 문재인을 비판한다며 정치권에서 박지원 의원을 향해 ‘문모닝’이라는 별칭을 붙이기도 했다. 

이랬던 두 사람이 국가의 위기앞에 손을 잡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 최고의 안보라인을 책임지는 국정원장에 한때 정치 정적으로 ‘문모닝’의 수두에 섰던 박지원 전 의원을 3일 파격 지명했다. 

청문회를 거쳐 임용되면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 발탁되었던 2002년 2월 이후 18년만에 청와대 핵심 라인으로 재입성하는 것이다. 국정원장은 국가 공식 서열 12위 자리로 국가의 모든 안보와 정보, 외교를 취합하는 권력의 핵심 라인이다.

박 전 의원의 내정은 총선에서 낙선한 박 의원이 남북문제 전문가로 스스로를 전환해 대북 문제를 놓고 다양한 방송활동을 할 때 어느 정도 예견된 정치적 한 수였다.

청와대는 통일부 장관에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서훈 국정원장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교체했다. 정의용 실장과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대통령 외교안보특보로 기용됐다. 

친문의 핵심라인으로 등용된 안보 어벤저스 라인에 유일한 반문으로 박 전 의원이 지명된 셈이다. 그만큼 대북문제가 국정운영의 핵심이며, 박 전 의원 만한 적임자가 없다는 확신이 반영된 인사라는 뜻이다.

그렇기에 이번 박 전 의원의 등용은 파격적이라는 해석이 나올 수 밖에 없다. 과거 박 전 의원은 문 대통령과 민주당 당대표 자리를 두고 경쟁했고, 2017년 대선 때는 국민의당 소속으로 문 대통령 비판에 앞장서 ‘매일 아침마다 문 대통령을 비판한다’는 의미의 ‘문모닝’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박지원 전 민생당 의원을 차기 국가정보원장에 내정한 데 대해 ‘과거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이 담겼다고 5일 밝혔다. 그만큼 대북문제에 대해 문 정부의 고민이 컸다는 이야기다.

◆ 박지원 발탁 배경은?

문정부 2기 대북·외교안보팀 개편 최대 이변의 주인공인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인사 추천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문 대통령은 ‘박지원 카드’ 활용법을 고심하다가 남북 관계는 물론 국정원 개혁 등을 고려해 그를 국정원장 후보자에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3일 발표 때) 박 후보자에 대해 ‘국정원을 잘 아는 분이어서 내부 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는 분’이라고 설명했고, 본인도 페이스북 글을 통해 국정원 개혁 의지를 밝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평소 박 후보자는 “남북 관계가 좋아지면 초대 평양 주재 대사를 하고 싶다”고 언급하는 등 ‘전공 분야’인 남북관계에서 역할을 맡고 싶다는 희망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특히 과거 문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불편한 관계였던 박 후보자가 중용된 것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선거 때 일어났던 과거사보다는 국정과 미래를 생각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문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정상화와 정보기관 개혁이라는 대의를 위해 박 후보자와의 과거 앙금을 기꺼이 털어냈다는 의미다. 

이 관계자는 “박 내정자 낙점은 오로지 문 대통령의 결정”이라며 “지난달 17일 (박 전 의원을 포함한) 원로 오찬이 있었는데, 박 내정자로 (후임 국정원장이) 정리된 것은 그 이후”라고 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박 내정자를 오래전부터 너무 잘 알고 있다”며 “원로 오찬이 (인사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뜻은 아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남북연락사무소를 붕괴시킨 지난달 17일 이후 북한문제 전문가들을 초청한 오찬 간담회장에서 이미 국정원장 발탁이 확정된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이날 오찬 직후 통일부장관의 사의발표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오찬 이후 발표까지 보름 남짓 청와대도 철저히 보안을 유지했지만, 보안의 일등 공신은 박 내정자”라며 “청와대 내부에서도 아는 분이 많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과 박 내정자의 별도 면담이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 이 관계자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다.

◆ 발탁 후 분위기는?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박 내정자가 문 정부를 도와 남북문제를 해결할 적임자가 될 것이라는 분위기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양기대 의원이 5일 박지원 국정원장 내정자가 김대중(DJ) 전 대통령을 위해 무릎을 꿇었던 일화를 소개했다. 

양 의원은 “DJ에게 한없이 충성했던 박 후보자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충성을 다짐하는 얘기를 들으면서 ‘진심으로 모든 것을 다 바쳐 일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친문인사로 알려진 윤건영 의원 역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원장 발탁은 문정부 탕평인사의 끝판왕”이라며 극찬했다. 

김대중 정부에서 햇볕정책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정권 후 대북송금 옥고까지 치렀던 박 전 의원은 유일한 현장 대북 전문통이다. 

목포지역에는 박 전 의원을 지지하는 지지자들이 연일 SNS에 국정원장 내정 발표를 링크시키며 “눈물이 납니다”, “목포를 넘어 국가를 위해 더 큰 일을 해주십시요”, “목포는 당신의 능력을 놓쳤지만 국가는 당신의 가치를 알아봐 주었습니다” 등 지지자들의 축하의 글이 연일 이어졌다. 
 
내정이 발표된 직후 3일 박 전 의원은 “역사와 대한민국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님을 위해 애국심을 가지고 충성을 다 하겠다”며 사실상 현 정권의 성공을 위해 충성을 맹세했다. 

그는 종종 김대중 대통령의 뜻을 따라 진보정권의 성공을 위해 문 정부의 성공을 돕겠다고 입버릇처럼 밝혀온 바 있다.

또 “앞으로 제 입에서는 정치라는 정(政)자도 올리지도 않고 국정원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며 국정원 개혁에 매진하겠다”며 “SNS 활동과 전화 소통도 중단한다. 후보자로 임명해 주신 문재인 대통령님께 감사드리며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님과 이희호 여사님이 하염없이 떠오른다”고 했다.

박 내정자는 김대중 정부에서 문화관광부장관, 대통령 비서실장을 역임하며 ‘DJ의 영원한 비서실장’이라고 불렸다. 전남 목포의 4선 국회의원 출신인 박 내정자는 활발한 대외활동으로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은 인물로 꼽힌다. 

박 후보자는 6·15 때 싱가포르와 중국에서 북한과 4차례 비밀 접촉을 갖고 정상회담 개최 합의를 이끌었다. 정무적 감각이 뛰어나다고 해서 ‘정치9단’이라는 별명도 있다. 21대 총선에서 민생당 소속으로 출마했고, 낙선한 후 단국대 석좌교수와 방송인으로 활약해 왔다. /박근영기자

2020년 7월 8일 제 1055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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