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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영박사의 지역의 반격
세계 10대 도시의 기적 (1) 스페인 북부 항구 도시 빌바오 (08.13) (2) 프랑스 낭트, 쇠락한 조선업 도시에서 ‘친환경 문화수도’로(08.20) (3) 일본 나오시마(直島): ‘폐광·공장도시’에서 예술과 공동체가 공존하는 섬으로(08.27) (4) 덴마크 오덴세, 농업도시에서 세계 로봇 허브로(09.03) (5) 독일 동부의 도시 라이프치히(09.10) (6) 영국 맨체스터, 붉은 벽돌에서 미디어픽셀로(상) (09.17) (7) 영국 맨체스터, 붉은 벽돌에서 미디어픽셀로(중) (09.23) (8) 영국 맨체스터, 붉은 벽돌에서 미디어픽셀로(하) (10.22) (9) 미국 피츠버그, 철의도시가 생명과학 수도로(상) (10.29) (10) 미국 피츠버그, 철의도시가 생명과학 수도로(하) (11.05) (11) 핀란드 탐페레, ‘게임산업 메카’로 돌파구 (11.17)
핀란드 탐페레, 폐공장 도시에서 ‘게임산업 메카’로 돌파구
산업 전환과 민관협력으로 실현한 북유럽형 스타트업 도시 전략
쇠퇴한 산업도시라도 ‘창의·문화·디자인’이라는 전혀 다른 정체성을 전략적으로 선택하면 국제무대에서 재부상할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세계곳곳의 기적이 있다.
■ 1. “굴뚝 도시”의 몰락, 그리고 마음을 비운 도시의 결단 핀란드 중부 탐페레(Tampere)는 20세기 내내 ‘핀란드 공업의 심장’으로 불렸다.섬유·기계·중공업의 발원지였고, 도시 중앙을 가르는 타메르코스키(Tammerkoski) 강을 따라 방적공장과 기계공장이 줄지어 있었다. 그러나 2000년대 노키아의 몰락은 도시의 상징적 붕괴였다.노키아 휴대폰 시대의 퇴조는 단순한 기업 부진이 아니라,“탐페레 전체 고용 생태계의 1/3이 흔들리는 충격”으로 기록된다. 2008~2012년 사이 탐페레 지역 제조업·통신업 일자리 약 6,000개 이상이 소멸했고,도시 외곽엔 유휴 공장지대 60만㎡가 축적되었다.젊은층 인구는 헬싱키로 빠져나갔고, 지역 언론은 “한때 혁신을 대표했던 도시가 침묵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바로 그 시기, 탐페레는 고집스럽게 ‘새 산업’을 찾아 나섰다.도시계획국·스타트업 지원기관·대학·문화재생단체가 함께 고민했고,그 결론은 놀랍도록 단순했다. “우리가 가진 재능은 사라지지 않았다.공장은 낡았지만, 사람은 남아 있다.” 이 문장이 ‘탐페레 게임산업 전환 정책’의 출발점이었다.
■ 2. 공장을 비웠더니, 스튜디오가 들어왔다
① 산업유산의 재해석 탐페레는 2010년대 초, 대규모 공장 지역을 ‘콘텐츠·게임 창작지구’로 전환했다.버려진 창고 한 동, 섬유공장 본관, 기계조립동은게임 스튜디오·3D 애니메이션 제작소·인디 게임랩·e스포츠 교육센터로 탈바꿈했다. 공장을 리모델링하는 데 시 예산만 투입한 것이 아니다. • 헬싱키 기반 게임사들이 탐페레 서브스튜디오 설립 • 문화청이 공장지대를 ‘디지털 크리에이티브 구역’으로 지정 • 민간건물주가 임대단가를 5~8년 동결하고 리모델링 지원 이 3박자가 맞아 떨어지면서 “공간의 전환”이 산업을 불러왔다. ② 공공–대학–기업의 동맹 탐페레대(Tampere University)는 2012년 게임아카데미를 개설했고,게임엔진·AI 애니메이션·콘솔 게임 구조 교육 등실무 중심 커리큘럼을 운영했다. 이곳 출신 인재 중 상당수가 Rovio, Remedy, Supercell 등의 기업을 거쳐탐페레 기반 인디 스튜디오를 창업했다.
■ 3. 전국 게임산업의 “제2 심장”이 되다
핀란드 게임산업은 2024~2025년 기준 • 매출 €2.85십억 • 고용 4,300명 • 게임 스튜디오 270개 라는 매우 높은 기록을 세웠다.그중 탐페레 지역은 헬싱키에 이어 PC·콘솔 게임 비중 1위권을 차지했다.
● 탐페레의 차별점 1. PC·콘솔 중심핀란드는 모바일 게임 강국이지만, 탐페레는 오히려3D RPG, 콘솔용 내러티브 게임, 탐험·시뮬레이션 등 ‘깊은 제작 방식’을 선택했다. 2. 대학–기업 공동 R&D탐페레 게임랩, Filmtampere, Game Hub는그래픽 엔진·AI NPC·실시간 협업툴 개발을 위해대학·기업이 공동 연구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3. 재정보다 네트워크핀란드는 대형 벤처캐피털 규모가 크지 않다.대신 국가적 보조금 + 지역 네트워크 + 해외 협업으로 부족한 자본을 메웠다. 4. 도시 브랜딩 성공탐페레 시가 공식 발표한 문구는 간결하면서 명확하다. “우리는 산업이 아니라 창작자를 중심에 둔다.”
■ 4. 공장 굴뚝이 ‘게임 스토리텔링’으로 바뀌다
탐페레의 변화는 숫자보다 “감성·문화·일상”에서 더 뚜렷하다.
● 도시 풍경의 변화 • 오래된 방적공장은 게임 페스티벌 장 • 기계공장 사무동은 모션캡처 스튜디오 • 도심 광장에는 인디 게임 시연 부스, • 강가 공원에서는 VR 체험 행사 노키아 몰락의 상처가 오히려“장기적 창업 생태계”의 비옥한 토양이 됐다.
● 지역 경제의 변화 시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게임·콘텐츠·디지털창업 부문의 고용이2014~2024년 사이 80% 증가했다. 2024년 인터뷰에서 Filmtampere 책임자는 말했다. “폐공장 재생은 문화가 아니라 경제 전략이었다.이제 탐페레는 게임이 도시 이미지를 바꾼 사례로 불린다.”
■ 5. 도전 과제도 명확하다
성공만큼 해결해야 할 숙제도 선명하다. ① 심각한 인재 부족 Neogames 2024 보고서에 따르면핀란드는 향후 450~1,000명의 게임 개발 전문인력이 추가로 필요하다. ② 글로벌 경쟁 심화 AAA급 게임·서사형 RPG 제작이 세계적으로 급증하면서탐페레 스튜디오의 해외 시장 진입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③ 지역간 불균형 탐페레 중심지는 호황이나,인접 지역까지 산업 효과가 충분히 확산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탐페레는 “도시가 실패를 흡수하고 다음 실험을 여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지속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마무리
탐페레의 부활은 화려함보다 구조적 개조의 힘을 보여준다. 폐공장을 비우고 창작자를 넣었더니 도시가 달라졌다. 대학은 인재를 공급했고, 민관협력은 자본 부족을 메웠으며, 게임이라는 ‘스토리텔링 산업’이 도시브랜드를 바꿨다.
한국의 지방도시가 산업 전환을 고민한다면, 탐페레는 단순한 “성공 사례”가 아니라 실험을 지속하는 도시의 전략 교과서가 된다.
/정태영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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