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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면) 다시 읽는 정태영박사의 명품칼럼 갓바위 | 자연의 재산 물러준 서남권 웰빙 선조들


목포투데이 기자 / mokpotoday1@naver.com입력 : 2022년 05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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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는 정태영박사의 명품칼럼 갓바위
 
다시읽는 명품칼럼. 정태영 박사의 칼럼 갓바위 
ⓒ 목포투데이

자연의 재산 물려준 서남권 웰빙 선조들

2004년 8월 25일

이 칼럼은 약 19년 전인 2004년 8월 25일 목포투데이를 통해 발표되었다. 마치 한편의 절절한 싯구처럼 흘러가는 이 칼럼은 마지막 부분, 목포 인근의 무안 연꽃축제장, 보성 녹차밭 등이 무려 수십여년에 걸쳐 동네 주민들의 손으로 가다듬어왔고, 지금은 전국의 명소로 떠오른다는 부분에서 깊은 감응을 일으킨다.  벌써 20여년이 지나가고 있지만, 목포는 여전히 주변 도시에서 배울 점이 많다. 
<편집자주>

초록 기운이 몸 전체를 감싼다. 층층이 올린 시루떡처럼 온 산이 녹색의 향기로 가득하다. 산 중턱을 휘어 감는 신비스런 안개마저 풀빛으로 춤을 추고.
아, 그것은 녹차의 숲이었다. 속세의 난잡함으로는 도저히 헤치고 지나갈 수 없는 조밀 조밀한 녹차 밭. 보성의 산 고랑에서는 발이라도 헛디딜 땐 차 잎이 마치 창날처럼 하늘 가득 휘날리며 우리를 조롱한다. 길게 호흡하며 눈 깊이 담아야 녹색 털이 부드러운 양탄자처럼 살결을 간지럽힌다.

잠깐 발을 돌려 무안 회산 백련지로 달려 가보자꾸나. 살랑대는 비바람 따라 연꽃이 가득 청아한 옥을 품었다. 너나 나나 자연의 있는 그대로 숨을 쉬고, 내 뱉는 생명이다. 그러나 나의 손길을 거부하고 미끄러지듯 굴러가는 저 투명한 연꽃 위의 옥이여.
녹차 향에 연꽃 향에 취해 이제야 비로소 나는 자연이 주는 대로 자연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인간임을 알았다. 어쩐다나. 연꽃과 차 밭 속에서 춤추고 뒤뚱거리는 난잡스런 중생들은 어서 길을 내어라. 연꽃의 향기보다 저기 분수대가 토해내는 물줄기를 더 좋아하는 아이들, 악수하느라 바쁜 정치인들은 짜잔한 놀이를 이제 그만 두어라.

조상들의 이만한 선물이라도 보존된 것을 천행으로 알고 그저 긴 호흡으로 긴 눈길로 자연을 어루만지는 것으로 자족하여라.
자연을 버리고 파괴하고 건물을 만들었던 우리들은 이제서야 후회스러움으로 가득 차 자연을 찾는다. 아무대서나 쉽게 볼 수 없는 곳을 더욱 찾게 되고, 더욱 소중하게 평가받는다. 너나 나나 그리움의 노래를 부른다.
보성 녹차밭이나 무안 백련지는 한국인들이 가장 가고 싶은 곳이란다. 용케 강원도에서 경기도에서 경상도에서 꼬불꼬불 산길 따라 들녘 따라 이곳을 찾아온다. 전남의 멋과 정취에 놀라는 그들의 감탄사가 이어진다. 문득 이쪽 저쪽에서 “우리 고장에는 이런 자연 경관이 없구나” 한탄하는 소리가 들린다. 감탄사와 한숨이 섞인 통에 우린 그들이 느낀 실체를 볼 수 없다. 다만 녹차 밭에도 연꽃 사이에도 사람들이 울긋불긋 넘친다는 것 밖에.

그러나 그대들이 아는가. 이 오묘함의 시작은 매우 작았고, 몇 사람의 장인들로부터 시작된 것인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라기보다는 외지고 인적도 드물던 곳에서 수십 년 동안 갈고 닦아 이룬 조상들의 눈물과 땀의 숨결이 담겨 있다는 것을.
두 곳은 모두 일제시대부터 조성된 1백여 년 안된 인공의 자연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무안 회산 백련 방죽은 1930년 대 조상들의 피와 땀으로 축조된 10만 여 평 규모의 저수지이다. 백련의 신화는 한 주민이 우물 옆 저수지 가장자리에 심은 백련 12주에서 시작됐다. 신마저도 꿈에서 12마리의 백학으로 연꽃 모양을 만들어 이들의 미래를 축하했다. 그 후 60여 년의 세월 동안 매년 열과 성을 다해 가꾼 것이 해마다 번식을 거듭하여 지금은 동양 최대의 백련 자생지이다.

보성은 1939년 일본인들이 인도산 차 종자를 수입하여 29.7ha의 밭에 씨를 뿌린 것이 시초이다. 일본인들이 이곳에 대규모 차 생산지를 만들고 녹차를 본국으로 가져갔기 때문에 동원된 농민들은 식민지 시대 2중, 3중의 착취 구조 속에서 눈물을 흘려야 했다. 광복 이후 1957년 대한다업의 장영섭 회장 등이 수십 년에 걸쳐 차밭을 조성, 현재는 84만여 평에 이르는 전국 최대 녹차생산지로 탈바꿈했다.
80여 년의 세월, 강산이 여섯 번 바뀌었고, 할아버지가 아버지에게 아버지가 아들에게 땀의 의미를 가르쳐 세대도 두 번 바뀌었다.
아무 것도 없었던 곳. 다만 자연이 준 바람과 땅과 선조들의 눈물과 땀만이 있었던 곳. 이제 그곳이 후손들에게 부를 가져다주고 있다. 벤처 신기술과 녹차, 연꽃이 조화되어 거대한 친 환경 산업단지로 변모되고 있는 것이다.

아. 그렇다면 목포에는 무엇이 있는가. 목포에도 새마을 운동으로 벌거숭이 바위산을 푸르게 만든 유달산, 일본식 정원의 전형으로 손꼽히는 모래시계를 촬영했던 이훈동 정원이 있다. 그러나 목포의 눈물이 무안의 눈물보다, 보성의 눈물보다 더 절박하지 않았단 말인가. 아니면 길이 틀렸단 말인가. 목포에서는 보성 녹차의 신화, 무안 연꽃의 신화, 함평 나비의 신화가 아직까지 없다. 10년 뒤, 20년 뒤를 보고 녹차 씨를 뿌릴, 12개의 백련을 심을, 나비를 날릴 목포의 선지자를 기다려본다.

(정태영 박사 목포칼럼집 - 목포발청춘열차 311~313p, 뉴스투데이출판, 2014)


목포투데이 기자 / mokpotoday1@naver.com입력 : 2022년 05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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