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흔적
○…모든 기억을 잃어버린 치매환자에게 헤드셋을 씌우고, ‘백조의 호수’를 들려줬더니, 몸짓이 되살아났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미국의 프리마 발레리나였던 마르타 C 곤살레스의 기적같은 이야기다.
그녀는 1960년대 미국 뉴욕발레단에서 이름을 떨쳤던 수석 발레리나로 특히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로 당시 유명세를 날렸다.
나이가 들어 그녀는 알츠하이머에 걸려 거동도 못한체 요양원에서 지냈다.
하지만 음악치료사가 들려준 백조의 호수에 반응해 우아한 발레 동작을 선보인 그녀. 치매로 모든 기억을 잃었지만, 한평생 춰 온 발레 동작만큼은 몸이 기억했던 것이다.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연인이자 은막의 스타였던 윤정희, 자니 윤이 그랬고, 만인의 여인 오드리 헵번은 말년에 파킨슨병을 앓았다.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미래다. 하지만 몸이 기억하는 아름다운 흔적이 눈물겹다. <신안나기자>
2020년 11월 18일 제1072호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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