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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 후 국민에게 봉사하겠다”…불붙은 윤석열 대망론
추미애로 시작해 윤석열로 끝난 국정감사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퇴임 후 국민에게 봉사하겠다”고 한 윤석열 검찰총장 발언이 ‘윤석열 대망론’에 불을 붙였다.
차기 대선이 불과 1년 3개월 남았다는 점에서 속내는 다르지만, 여야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기 시작했다. 다만 여권은 윤 총장의 정치적 체급을 높여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야권은 그들에게 돌아올 정치적 득실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하는 모습이다.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26일 막을 내렸다.
겸임 상임위원회를 제외한 14개 상임위에 걸쳐 3주 남짓 마라톤처럼 이어진 첫 국감은 라임·옵티머스 사태가 법무부·검찰의 정면충돌로 번지며 ‘추미애’로 시작해 ‘윤석열’로 끝났다는 평가가 나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은 시종일관 뜨거웠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출석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 생중계가 평일 오전인데도 10%에 육박하는 실시간 시청률을 기록할 정도였다.
전반부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군 휴가 특혜 의혹이 문을 열어젖혔다. 검찰이 의혹 관련자들을 무혐의 처분했지만 추 장관의 지원장교 연락처 관련 ‘거짓말’ 논란이 일었고, 야당은 칼을 갈았다.
긴장 속에 열린 지난 12일 법무부 국감은 고성과 파행이 얼룩진 최악의 감사가 됐다. 추 장관은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고, 국회에서 거짓말을 27회 했다는 지적에는 “27번이나 윽박질렀죠”라고 맞받았다. 야당의 추궁에 대해선 “장편소설을 쓰려고 했었나”라고 받아치며 한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다 정·관계 인사 20여명의 실명이 담겼다는 ‘옵티머스 문건’과 ‘라임’ 배후로 지목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은 순식간에 국감을 라임·옵티머스 일색으로 전환시켰다.
더욱이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5000만원을 건넸다고 법정 진술한 김 전 회장이 두 차례에 걸친 옥중서신을 통해 현직 검사 및 야당 정치인 로비와 검찰의 회유를 주장하면서 ‘권력형 게이트’에서 ‘여당 표적수사’로 여야 공수가 뒤바뀌기도 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옵티머스 문건 상 여권 인사로 보이는 투자자 실명을 공개하자,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이 김 전 회장 서신 속 야당·검찰 인사 실명 공개로 맞불을 놓는 난타전도 펼쳐졌다.
종반부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장식했다. 김 전 회장 주장을 근거로 추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데 따른 것으로, 윤 총장은 22일 대검찰청 국감에 나서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특히 수사지휘권 행사에 대해 “법리적으로 보면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고 맞섰다.
라임 사건 지휘권한 박탈에 대해서도 “중범죄를 저질러 장기간 수감된 사람, 이번엔 중형 선고가 예상되는 사람인데 이런 사람들의 얘기 하나를 가지고 총장의 지휘권을 박탈하고 검찰을 공박하는 것은 정말 비상식적”이라고 직격했다.
문 대통령으로부터 총선 후 ‘임기 완수’ 메시지를 받았다고 했다. 퇴임 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우리 사회와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그런 방법을 천천히 생각해보겠다”고 말해 ‘윤석열 대망론’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여권에선 총장직 사퇴를 요구하는 주장이 나온 반면, 야권에선 윤 총장에 대한 러브콜이 이어졌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24일 서면 논평에서 “윤 총장은 ‘우리 사회와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퇴임 후 천천히 생각해보겠다’고 했지만 본래 공직자의 자리란 국민께 봉사하는 자리”라며 “검찰총장의 직분을 다하는 것이 곧 국민을 위한 봉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을 향해 수사를 하다가 권력에 의해 좌천됐다면, 지금은 국민의 마음으로부터 좌천되고 있다”며 “무엇을 쫓아왔고, 또 쫓고 있는지 스스로를 돌아본다면 모를 리가 없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윤 총장에 대한 강경 발언도 나왔다.
김두관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이 명령한 검찰개혁을 완수하고 윤 총장을 자리에서 물러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개혁 없이 공정한 세상은 오지 않는다. 윤석열류의 정치검찰이 있는 한 우리사회의 정의는 사전 속 죽은 단어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야권에서는 윤 총장에 대한 러브콜이 이어졌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역대 검찰총장 중 이렇게 정치적인 검찰 총장은 전무했다”며 “윤 총장과 문재인 정권은 이제 루비콘 강을 건넜다. 이젠 문 정권 사람들은 더이상 그 누구도 윤 총장과 대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만 총장직에 미련 갖지 말고 사내답게 내 던지라”며 “그 정도 정치력이면 여의도 판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대단한 정치력이다. 잘 모실테니 정치판 오시라. 윤 총장이 당당하게 공직을 마무리 지을 수 있는 길”이라고 대권 도전을 촉구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도 “대검찰청 윤 총장을 상대로 한 법사위 국감은 ‘대권후보 윤석열의 등장’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며 “확실한 여왕벌이 나타난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 의원은 “윤석열 쇼크는 기존 대선 잠룡들의 발걸음을 재촉할 것”이라며 “범야권의 무게중심이 비대위에서 대선 잠룡들로 급속히 옮겨가고 있다”고 내다봤다. /강하현기자
2020년 10월 28일 제1069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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