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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포투데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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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위협받는 갯벌사고 느는데 허울뿐인 지도
전남에 1053.7㎢… 전국 42.5% 3년 사이 사고 24건… 2명 실종
전남지역에서 고립과 조난 등 갯벌안전 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최근 3년 사이 24건의 사고가 발생해 2명이 목숨을 잃었다.
최근 영광군 백수읍 갯벌에서 조개를 채취하던 일가족이 고립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물때를 확인하지 않고 갯벌에 들어갔다가 고립되거나 야간에 안개로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이동하다 발생하는 ‘안전불감증’이 1차적 원인이지만, 전국에서 가장 면적이 넓은 전남 갯벌에 대한 정밀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갯골’ 주의보의 위협
지난 10일 오후 2시께 영광군 백수읍 갯벌에서 조개를 캐던 초등학생 4명이 고립되는 사고가 발생해 갯벌의 위험성에 대해 상기시켜주는 계기가 됐다.
아이들이 제법 먼 바다로 나간 불과 몇 분 사이 순식간에 허리춤까지 차오른 물에 인근 주민들이 목포해경에 긴급구조를 요청한 것. 현장에 도착한 해경은 목포항공대 헬기를 급파해 구조대원들이 헬기에서 로프를 타고 내려와 아이들을 구조했다.
당시는 바닷물이 들어오는 밀물 때라 신고와 구조가 늦었다면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던 아찔한 상황이었다. 7월 23일에는 해남군 산이면 금호방조제 부근에서 바지락 채취에 나섰던 일행이 폭우에 휩쓸려 2명이 끝내 실종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목포해양경찰은 지난 3년 사이 전남지역 갯벌에서 24건의 안전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3건이었던 사고는 2018년 8건 2019년 13건으로 늘었고, 2018년에는 2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전했다. 갯벌 내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는 갯골이 꼽힌다.
갯벌의 골짜기로 불리는 갯골은 바닷물이 빠지고 들어오는 갯벌 해수의 물길 역할을 한다. 장소에 따라 수 미터 깊이로 발달해 깊은 갯골은 사람의 키를 훌쩍 넘기도 한다. 주로 서해안에서 깊게 발달한다. 갯벌에 물이 차면 갯골에 대한 식별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해상활동 시 안전에 큰 위협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정밀조사 이뤄져야
전남도내 갯벌면적은 1053.7㎢에 달한다. 전국 42.5%의 갯벌이 전남에 위치해 있다는 것. 신안이 339㎢(32.2%)로 가장 많고 무안 151.6㎢(14.4%), 영광 147.9㎢(14.0%), 고흥 81.2㎢(7.7%), 해남 69.7㎢(6.6%) 순으로 큰 면적을 소유하고 있다.
그러나 갯골이 어디에 얼마나 분포돼 있는 지 아직 실태 파악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갯골 사고가 잇따르자 국립해양조사원은 지난 2015년부터 갯벌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갯골분포도 제작에 착수했다.
갯골분포도는 첨단 측량기술로 갯골의 형상을 시각적으로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표현한 도면이다. 국립해양조사원이 항공 측량 장비를 이용해 제작한다.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일반인에게 공개하거나 지자체·군부대 등이 활용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한다. 그러나 전남은 예외다. 갯골분포도 제작을 위해서는 먼저 연안해역 정밀조사를 먼저 완료해야 하는데, 연약해역 정밀조사가 완료된 도내 지자체는 아직 한 곳도 없다.
올해 7월에야 순천만 일원에서 조사에 착수, 내년께 반영될 예정이다. 신안, 무안 등 나머지 해역은 예산 반영이나 세부적 시행 지침 수립 등이 전무하다.
국립해양조사원 관계자는 “지난 2011년께 전남해역에서 연안해역 정밀조사를 실시했지만 당시에는 선박·항해를 중심으로 조사가 이뤄져 갯골에 대한 해상도 높은 자료를 생산하지 못했다”며 “이후 갯벌 안전사고로 공간 정보 구축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졌으나 이미 전남해역은 조사를 실시한 탓에 후 갯골 정보가 반영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갯골분포도가 없으니 안전표지판도 없다. 국립해양조사원은 이미 갯골분포도 제작이 완료된 충남 태안 지역을 시작으로 사고 위험이 잦은 갯골에 안전 안내판 설치 사업을 실시한다.
그러나 전남해역은 연안조사도 이뤄지지 못한 탓에 갯골 사고 위험지역이 분명한데도 현장엔 그 흔한 안내문 하나 설치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진하기자
2020년 10월 21일 제1068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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