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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속 여름’ 평론가가 추천하는 바다영화로! 영화를 통한 삶과 바다 여행
바다에 풍덩 뛰어들고 싶은 여름이지만 올해는 코로나19의 여파로 그림의 떡이 됐다.
집안에서, 아니면 지나가는 차 안에서 멀찍이 바라보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할 처지다. 평소 아무렇지 않게 누릴 때는 몰랐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삶의 예측할 수 없음은 꼭 바다와 닮았다. 햇빛 찬란한 날에는 잔잔한 파도가 마음의 위안이 되어주는 것과 같고, 인생의 비밤이 치는 날에 몰아붙이는 집채만 한 파도의 고통은 얼마나 큰지, 삶과 바다가 지닌 양면성은 사람을 겸손하게 한다. 그래서 이번 호는 바다를 소재로 한 영화 몇 편을 추천해보려한다.
코로나19로 제대로 즐기지 못한 이번 여름, 영화를 통해 삶과 바다를 여행해보는 것은 어떨까? 영화평론가 허남웅이 추천하는 바다영화들로 채우지 못한 여름만의 시원함을 느껴보자.
첫 번째로 소개할 영화는 1988년에 개봉한 ‘그랑블루’다.
이 영화는 주인공 잠수하던 자크의 아버지가 불의의 사고를 당하며 바다에 아버지를 잃은 것으로 시작한다. 아버지 다음으로 사랑하는 존재인 바다가 왜 가족을 데려갔는지 자크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바다를 원망할 수 없어 자크는 바다에 뛰어들어 깊이, 더 깊이 내려갈 수 있을 때까지 잠수하기 시작한다. 5분 넘게 숨을 참아가며 잠수하는 마크를 두고 주변에서는 천상 잠수부라고 감탄을 금치 못한다.
하지만 자크는 잠수 실력을 뽐내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것을 사람들은 모른다. 그의 연인 조안나도 사랑하는 자신을 두고 자크가 왜 자꾸 바다에 마음을 뺏기는지 알 수 없었다. 자크는 그럼에도 바다를 이해하려 계속해서 그곳으로 뛰어든다.
바다 속 깊이 잠수해도 끝을 마주할 수 없다는 것을 자크도 알지만 끝을 알 수 없어 더 궁금한 바다에서 자크는 더 깊이 잠수한다.
두 번째 추천 영화는 ‘체실비치에서’다.
플로렌스와 에드워드는 지금 막 결혼식을 마치고 체실 비치로 신혼여행을 왔다. 체실 비치는 실제 영국 남부에 위치한 해변으로 모래사장 대신 조약돌이 길게 깔린 것으로 유명한 곳이다.
하지만 두 주인공은 체실 비치를 앞에 두고 호텔 방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체실 비치가 안중에도 없는 것이다. 이들의 관심은 오직 사랑 뿐이다. 문제는 진도가 잘 나가지 않는 것. 에드워드의 구애에도 플로렌스는 “우리 체실 비치에 산책하러 나가자”란 말 뿐이다.
결국 체실 비치의 조약돌 사장 위에 선 두 사람. 발을 디딜 때마다 조약돌 부딪히는 소리가 비수가 되어 이들 가슴에 꽂힌다.
남녀 사이는 바다와 모래사장의 경계 위에 서 있는 것 같아서 어느 커플은 바다에 함께 뛰어들어 시련의 파도를 넘기 위해 힘을 합치지만 플로렌스와 에드워드의 경우는 바다에 뛰어드는 것조차 두려워 발을 담그기도 전에 등을 돌려 각자 도생하는 선택을 한다.
그래서 ‘체실 비치에서’의 바다는 갈림길이다. 삶이란 갈림길 앞에서의 무수한 선택의 결과다. 마지막을 장식할 영화는 ‘라이프 오브 파이’다.
주인공 파이에게 바다는 가족을 데려간 원망의 대상이면서 표류하는 동안 삶의 신비를 알려준 깨달음의 장(場)이기도 하다. 파이의 가족은 인도에서 동물원을 운영하다 미국 이민을 결정하고 바다를 건너던 중 폭풍우를 만난다.
그만 배가 침몰하고 파이는 가족 중에 홀로 구명보트에 몸을 실어 목숨을 부지한다. 그에 앞서 하이에나, 얼룩말, 오랑우탄도 살겠다며 구명보트에 타고 있었다. 그중 하이에나가 위협적이기는 해도 파이에게 어떻게든 감당할 만한 동물이라면, 호랑이는 그 수준을 넘어선다.
나중에 파이가 리처드 파커라는 이름을 붙여준 바로 그 호랑이가 표류하던 중 구명보트를 발견하고 헤어쳐 올라탄다. 그러더니 보트의 동물들을 마구 잡아먹는다.
파이 역시 리처드 파커에게는 먹잇감이지만 구명보트 바깥에 줄을 묶어 튜브에 몸을 의지해 파커의 위협에서 벗어난다. 하지만 상어라도 나타나면 역시 생명을 위협받는 상황이다.
다행히 뱃멀미에 약한 파커가 탈진하여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 상황에서 파이가 그를 보살피며 겨우 공존하는데 성공한 둘은 혼자라면 버틸 수 없었던 오랜 시간을 함께하며 삶에 대한 의지를 다짐한다.
하지만 파이에게 바다는 가족을 앗아가고 그걸로 모자라 망망대해에서 표류하게 하여 생존을 장담하기 힘들게 만든 지옥과도 같았다.
그나마 견딜 수 있었던 건 자연이 주는 신비였다. 먹을 것이 없어 이제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갑자기 청새치 떼가 물 밖으로 뛰어오른 덕에 식량을 비축할 수 있었고, 밤하늘에 뜬 별처럼 물 아래에서 야광 빛을 띄며 원을 그리는 물고기들의 헤엄을 보면서 자연의 질서에 감탄했다.
함께 지내며 인간과 동물의 종의 한계를 넘어 공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순간, 파커는 구명보트가 어느 섬에 정착하자 파이는 안중에도 없이 떠나버린다.
파이는 깨닫는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대상과 현상은 이해의 범위를 넘어선다. 이해할 필요 없이 그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때문에 힘들어도 곧 기쁨이 찾아오고, 그로 인해 행복해도 다시 불행해질 수 있는 것. 파이는 천국과 지옥을 모두 품고 있는 바다에서 삶을 보았다. /이진하기자
2020년 9월 2일 제 1062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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