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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깎이 학생들의 희망과 기대 시화로 표현
전라남도 성인문해교육 시화전 우수작품집 발간
까불지마라! 코로나 19.
전쟁도 보릿고개도 넘어온 우리다. 휘! 물럿거라. -조덕심 (78세, 목포제일정보중고 부설 평생교육원 1단계)-
코로나19로 어려운 여건에 처해 있는 이웃에게 이제 막 한글받침 공부를 하고 있는 조덕심 씨가 보내주는 글에는 희망과 용기가 가득하다.
조 씨는 78세에 딸들의 강력한 권유를 받으며 평생교육원 문해 1단계에서 공부하고 있다. 한글공부를 시작한 지 1년 3개월 밖에 안 되었지만 전쟁도 보릿고개도 넘어온 우리민족인데, 코로나 쯤 문제없이 잘 이겨낼 것이라고 큰 목소리로 외친다.
전라남도 평생교육원에서 주최한 2020년 전남 성인문해교육시화전이 코로나19 여파로 전시회 대신 우수작품시화집 발간으로 문해학습자의 배우는 기쁨을 대신 전했다.
시화집에는 한 평생 우리글을 몰라 마음 고생, 몸 고생하던 문해학습자들이 늦깎이 학습자가 되어 배움의 기쁨을 누리던 중에 갑작스런 복병 코로나 19로 인해 마음껏 공부할 수 없음을 안타까워하면서도 지혜롭게 이 어려움을 견뎌내고 있는 모습이 잘 담겨 있다.
<행복을 뺏어간 코로나 19> ‘처음 들어 본 코로나/ 나는 무섭다./ 하루, 이틀, 한 달, 두 달// 옆동네로도 이웃나라로도/ 숨을 수도 피할 수도 없다./ 이 늙은이가 도와줄 수도 없다.// 늦깎이 학생으로 겨우 밟아 본 학교문턱/ 배우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칠십 넘어 다닌 학교생활이 행복했는데/ 선생님도 그립고 친구들도 그립다.’ -강정님(74세, 목포제일정보중고 부설 평생교육원 3단계)-
함평이 고향인 강정님 씨는 타지에서 외손주들을 돌보다가 두 번의 암수술로 지친 몸을 요양하기 위해 전남 무안에 정착했다. 평생을 못 배웠다는 이유로 고개 숙이고 몸이 부서져라 일하며 자식을 가르쳤다.
황혼에 손주들을 돌보며 편안히 살다 갑작스런 암 발병으로 위축됐던 삶이, 목포제일정보중고 부설 평생교육원을 만나면서 활기가 생겼다. 공부에 재미가 붙고 자신감이 생기려는데 이번에는 코로나 19가 발목을 잡았다. 그 안타까움을 시로 표현했다.
<즐겁고 기쁜 날 학교 가는 날> ‘기다림 반 설레임 반 만남의 날/ 코로나19가 막아버린 학교 가는 날/ 안타까움으로 가득했던 나날들// 봄은 찾아왔으나 몇 차례인가/ 저 멀리 멀어졌던 학교 가는 날// 뜰 안의 감나무도 새싹이 돋아나고/ 꽃이 피는 6월의 어느 날// 웅크리고 가슴조이며 기도하는 나에게/ 학교가는 날이 찾아왔어요./ 즐겁고 기분 좋은 학교 가는 날’
-안정순(69세, 목포제일정보중고 부설 평생교육원 2단계)-
안정순 씨는 오랜 기간 남편 병간호로 삶이 지치고 힘들었는데 딸에게 학교를 소개받아 공부를 시작하면서부터 삶에 다시 즐거움이 찾아왔다고 한다.
<코로나야, 가버려> ‘세월은 가고/ 나이는 더해 가는데/ 다니는 학교는 중단이 되니/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터질 것만 같다.// 멈춰진 시간 속에 방황하는데/ 코로나가 사라진다면/ 멍든 가슴을 달래며/ 한발짝 한발짝 나아가고 싶구나.‘ -정정례(77세, 목포제일정보중고 부설 평생교육원 2단계)-
정정례 씨는 4년 전 남편의 손을 잡고 처음 공부하러 왔다. 1단계부터 꾸준히 공부하고 있으며 현재 한글기초를 다지기 위해 2단계에 머물고 있다. 학교에 나오는 것만도 너무나 즐겁고 행복한 일인데, 학교를 못 오니 너무나 답답했다고 한다.
코로나19가 주춤하고 다시 학교에 나가 공부를 시작하니 기쁨이 가득하다고 노래한다.
전남평생교육진흥원에서 발간한 ‘2020년 전남 성인문해교육시화전, 우수작품집’에는 문해학습자의 시화 30작품과 11개의 한줄 쓰기 작품이 총천연색으로 담겨 있다.
목포공공도서관 외 전남에서 문해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각 지역 문해교육기관 15곳에서 다양한 학습자들이 시화집으로 하나가 되었다.
평생 소원이던 한글을 배우며 마음 속 생각을 글로 표현하면서부터 문해학습자들은 인생후반기 새로운 행복을 맛보고 있으며 비로소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 되었다. /신안나기자
2020년 8월 12일 제 1059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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