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로 분해되는 그물
해양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선택
대게와 문어를 잡는 데 주로 사용되는 자망과 통발을 아시나요?
어업활동을 편하고 수월하게 하는 어구들이 해양생태계에는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해양생물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그물이 개발되었다고 하는데요. 해양생태계 보호에 기여할 ‘생분해 그물’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자망은 물속에서 옆으로 쳐놓아 물고기가 지나가다가 그물코에 걸리도록 하는 그물입니다. 통발은 미끼의 냄새에 이끌려 게가 들어가면 거슬러 나오지 못하는 구조의 어구입니다. 자망과 통발을 바닷속에 설치만 해 두어도 수월하게 물고기를 잡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해양생물의 목숨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도구라면 이면을 가지고 있죠.
유령어구로 인한 유령어업(ghost fishing)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어구가 썩지 않고 바다에서 떠도는 유령 어구 때문에 물고기가 죽게 되는 것을 유령어업이라 합니다. 유령 자망에 물고기의 몸에 얽히거나, 유령 통발에 물고기가 들어갔다가 빠져나오지 못해 죽습니다. 죽은 물고기들이 미끼가 되어 또 다른 물고기가 통발에 들어가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수많은 물고기의 죽음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2002년부터 생분해 그물 개발을 시작하여 2007년에 세계 최초로 PBS 원료로 생분해 그물을 개발했습니다.
하지만 PBS(포리부틸렌석시네이트)를 원료로 만든 그물은 어업에는 적합했지만 꽃게, 참조기 등을 어획하는 다른 어업에는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나일론 그물에 비해 유연성이 낮아 어획량이 감소했으며, 나일론 그물에 비해 가격이 2~3배 비싸다는 단점도 있었습니다.
이에 국립수산과학원은 2016년부터 (주)안코바이오플라스틱, 인하대학교 산학협력단, (사)제주근해유자망어선주협의회와 함께 생분해 그물용 고성능 원료개발과 생산비 절감 연구를 추진해왔고, 4종류의 원료(PBEAS, PBEAS+AH, PBES, Bio-PBS)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새로운 생분해 그물은 나일론 등으로 만들어져 시간이 지나도 잘 썩지 않았던 기존 유령어구와 달리 바닷속에서 일정한 시간이 경과하면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어 사라집니다. 또한 새로 개발된 그물은 기존 그물에 비해 강도, 유연성, 분해성, 친환경성 등이 향상되었으며, 원가도 5% 정도 낮아집니다. /이진하기자
2020년 5월 13일 제 1047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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