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의 고등어 장흥군으로 가나?
대형선망선사 하나만 빠져도 연 78억 원 손실
지난달 전남 장흥군(군수 정종순)이 고등어를 본격 유통할 유통법인과 ‘장흥 노력항 선망어업 선단 유치를 위한 협약’을 체결하며 부산공동어시장에서 연간 2,000억 원에 육박하는 위판고를 기록하며 부산 경제를 움직이는 고등어잡이 대형선망선사들의 부산 이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장흥군은 본격적으로 회진면 노력항에 경매시설을 비롯한 인프라를 갖추겠다는 의지 또한 밝히고 있다. 그러나 정작 부산시와 부산공동어시장 그리고 부산시 중도매인 및 항운노조 관계자들은 장흥군의 고등어 선단 유치 작업에 대해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는 상태.
부산시와 부산공동어시장 측은 장흥군에서 구체적 계획을 수립하지 않았으며, 노력항은 부산항에 비해 이점이 없을 것이 분명하다는 주장이다.
반면에 당사자인 대형선망 선주들은 어가(漁價)만 제대로 형성된다면 어디로든지 이동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부산시와 부산공동어시장 측의 미온적인 대응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부산대형선망수협(조합장 천금석) 19개 선망의 선주들은 장흥 노력항이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고등어를 지켜내야 하는 부산시와 이를 가져오려는 장흥군, 그리고 가장 중요한 선사들의 입장이 서로 얽히고 있어 고등어, 참치 등을 주로 어획하는 대형선망선사들의 입항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고등어는 난류성·주광성 어종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제주도 인근 해역에서 어획된다. 어획은 주로 대형선망어업으로 이루어진다. 선망은 어군(漁群)의 존재를 확인하고 이를 포위하여 어획하는 어망을 총칭하는 것인데, 대형선망어업은 여러 척의 배가 공동으로 조업하게 된다.
배는 본선과 2척의 등선 및 3척의 운반선, 즉 총 6척으로 선단을 구성해 어획한다. 본선은 고등어를 찾는 역할을 하며 등선은 불을 밝혀 고등어 떼를 모은다. 어군을 모아 투망하게 되면 어획된 고등어는 운반선을 통해 옮겨지는 형식이다.
주로 제주도 인근 해역에서 어획된 고등어를 실은 운반선들은 위판장까지 가는데, 보통 90% 이상의 고등어는 부산공동어시장으로 향한다. 이동시간은 약 14~15시간 정도다. 한편 운반선들이 장흥 노력항으로 가게 될 경우 이동에 소요되는 시간은 4~5시간으로 부산항에 비해 3분의 1로 시간이 단축된다. 고등어는 타 어종에 비해 부패가 빨리 이뤄지기 때문에 고등어의 이동 시간을 단축시키는 것이 선도 유지의 관건이 된다.
이에 장흥군이 고등어 선단 유치에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다. 장흥군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군청 상황실에서 용천수산(주)과 ‘장흥 노력항 선망어업 선단 유치를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했다고 한다. 용천수산(주)은 전남 장흥군에서 새롭게 만들어진 수산물 가공·유통법인으로 알려져 있다.
정창태 장흥군 해양수산과장은 “용천수산이라는 신설 법인에 대한 정보를 밝히기는 조심스럽지만 이 법인은 지난해 12월 장흥군에 고등어 선망어업 선단 유치와 가공·유통 사업계획을 제안했다”라며 “이에 부산의 A대형 선망 선주가 장흥 노력항에 위판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며, 용천수산은 부산에 본사를 두고 있는 A대형선망 선사의 물량을 매입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전했다.
정 과장은 노력항에 고등어 선단 유치를 위한 작업이 계획대로 착수될 경우 기존에 부산으로 들어갔던 고등어 선단 4~5개는 충분히 노력항으로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그는 “고등어 선단이 들어서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콜드체인(Cold-Chain, 저온유통체계)이다. 얼음제조공장, 급냉시설, 자동선별장 등을 갖춘 콜드체인이 구축된다면 선단이 들어오는 것에는 무리가 없다”고 설명했다.
장흥군은 노력항에 물양장 및 경매시설을 갖추기 위해 9,900㎡(3,000평)의 부지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양장 예산으로 군비 100~130억 원, 콜드체인을 위한 국비로 200억 원 정도 추가적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장흥군은 물양장 기초 작업에 필요한 예산을 추가경정예산에 포함시키기 위해 군의회를 설득하고 있다.
반면 장흥군의 고등어 선단 유치작업에 부산시는 아직 구체적 대응 계획을 수립할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부산시 수산정책과 관계자는 “용천수산(주)의 실체에 대해 밝혀진 것이 없다. 페이퍼 컴퍼니(Paper company, 물리적 실체 없이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기업)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장흥군이 노력항에 고등어 선단을 유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실현가능성은 불확실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유시장 경제 사회에서 선사들이 옮겨 가는 것에 대해 부산시가 막을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이진하기자
2020년 5월 13일 제 1047호 11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