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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정은경 본부장이 16일 충북 오송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을 통해 코로나19 국내현황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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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본부 코로나 장기전 언급한 배경에 관심 집중
감염 확산세 주춤? 유행 폭발 임계점이 머지않은 신호일지 몰라
<코로나 추적 / 바이러스 장기전 이유 분석>
“장기전에 대비한 ‘새로운 일상’을 침착하게 준비하는 게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본부장이 처음으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있어 ‘장기전’을 언급해 그 발언의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역사회 깊숙히…‘폭풍전야’ 우려
정 본부장은 지난 16일 충북 오송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을 통해 “위기대책전문위원회 등 국내 각종 전문가들과 외국의 전망들도 대부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단기간에 소멸되기는 어렵고, 장기전에 대응해야 된다는 그런 의견이 많다”고 밝혔다.
정부가 불과 하루 전까지만해도 “신천지 대규모 감염이 단기간 통제되면서 어느 정도 안정화를 찾고 있다”고 평가한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사실상 코로나19가 이미 지역사회 곳곳으로 침투해 ‘조용한 전파’가 계속되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정 본부장의 이 같은 발언은 코로나19 유행이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더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17일 정 본부장 발언에 대해 “최근 감염 확산세가 주춤한 것이 유행 폭발의 임계점이 머지 않았다는 신호가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갖게 한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의 발언은 같은 날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의 발언과 동일선상에 있다. 김 1총괄조정관은 정례브리핑에서 “전국적으로도 감염경로를 확인하기 어려운 코로나19 감염이 산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이는 일부 지역사회에 코로나19가 전파되어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일부 지역의 경우 바이러스가 토착화 됐을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16일 오전 0시 현재 국내 코로나19 확진 환자는 8236명으로, 인구 10만명당 15.9명꼴로 바이러스에 노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대구 지역의 경우 확진환자가 6066명에 달해 인구 10만명당 발생률이 249.0명을 기록 중이다. 이는 대구 시민 401.7명당 한 명꼴로 바이러스에 감염 됐다는 의미다.
방역당국은 전국적으로 산발적 감염이 확인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국내 인구의 절반이 살고 있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단발생이 잇따르고 있는 데다, 대구·경북 지역에 집중되던 확진 사례가 이제 전국으로 뻗쳐나간 상태다. 특히 이들 중 일부는 감염 경로를 파악하기 쉽지 않아 방역당국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당장은 바이러스가 눈에 보이지 않겠지만, 당분간 지역사회 곳곳에 잠복해 있다가 언제든 소규모일지라도 재유행할 가능성이 있음을 방역당국 고위관계자들이 잇따라 언급한 것이다.
김우주 고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전국 이곳 저곳에서 코로나19 집단발생이 나오는 게 지금보다 더 큰 유행으로 확산되려는 신호가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갖게 한다”면서 “마치 지금 물이 막 끓기 직전, 임계점을 지나 폭발할 준비를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예방백신 없는 코로나19
바이러스 토착화는 최악의 시나리오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코로나19에 대한 예방백신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여러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백신 개발을 서두르고 있지만 아직까지 갈 길이 멀다.
최근 미국 모더나 세러퓨틱스와 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가 함께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전자 백신을 개발했지만 아직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을 확인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또 영국의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프랑스의 사노피, 미국 존슨앤드존슨 등 글로벌 제약사도 백신 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 들어 경쟁 중이다.
하지만 코로나19와 같은 종류의 코로나 바이러스의 경우 변이가 심하고 백신으로 통제하기가 매우 까다로운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내에서 여러 신종 감염병이 창궐했다가 우여곡절 끝에 종식을 맞았지만, 코로나19와 같이 코로나 바이러스의 일종인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는 아직까지도 예방백신이 없는 상태다.
그만큼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대응이 쉽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백신이 시판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우주 교수는 “최소한 연내 백신이 완성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만약 백신 개발이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생산량이 우리나라까지 공급될 수 있을지는 모를 일”이라고 말했다.
정 본부장이 이날 언급한 ‘새로운 일상’에 대한 해석도 분분하다.
정 본부장은 새로운 일상에 대해 ▲생활 속의 방역수칙 준수가 당연시되는 ▲직장문화를 ‘아파도 나온다’에서 ‘아프면 쉰다’로 바뀔 수 있도록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나타난 사람이 큰 부담없이 등교나 출근하지 않도록 사회적 제도와 지지 ▲온라인·재택근무가 일상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유연한 근무형태 등으로 표현했다.
그는 이를 ‘생활 방역’이라고 부연했다.
현재 진행 중인 코로나19에 대해 우리 사회의 의식 수준과 제도 등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또다시 대유행 상황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경고인 셈인데, 이는 사실상 예방백신 부재 등 방역당국이 처한 상황을 완곡하게 표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재갑 한림대 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일상으로 돌아가려면 일상생활 자체를 바꾸지 않고서는 답이 없다는 판단”이라면서 “일상생활에서 코로나랑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할 때가 됐다”고 해석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지속가능성 떨어져
문제는 바이러스가 지역사회 깊숙히 침투하고 있는 것과 달리, 그동안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가까스로 유지해온 방역 체계는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점차 국민들의 피로감이 높아져서다. 일부는 업무에 복귀하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생계마저 곤란해지는 등 사회적 문제로까지 비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일부 종교단체 등에서 주말 예배를 이어가면서 지역사회의 집단발생 사태를 끊임없이 유발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여전히 교회의 33%가 방역당국의 요청을 무시하고 오프라인 예배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특히 교회 예배를 통해 직장으로, 또 다른 동네로 전파를 거듭하면서 지역사회 전반에 바이러스를 흩뿌리는 일이 되풀이 되면서 방역 체계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일 되풀이 되고 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예방의학 교수는 “교회나 직장, PC방에서 확진 환자가 계속 나오면 언제 요양원 등 취약그룹으로 옮겨가게 될지 모른다”라며 “유럽이나 미국처럼 이동 제한을 하지 않고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서 군집 형태의 감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려면 99%, 최소한 95% 이상의 시민들이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에서 이번 ‘생활방역’이라는 개념이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고 혹평했다.
김우주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어떻게 생활이, 그리고 일상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면서 보건당국의 보여주기식 방역 정책에 대해 비난했다. 그는 “개인 위생수칙 준수와 사회적 거리두기 등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우리 당국도 방역 대응 수위를 높일 필요가 있다”면서 “중국이나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등처럼 강제적인 방역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출입국 봉쇄 등 특단의 대책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근 코로나19가 대륙 전역으로 확산되자 통합을 지향하는 유럽도 강력한 대응에 나선 상태다.
스페인은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2주간 생필품과 약품 구매, 출퇴근 목적을 제외하고는 모든 국민에 이동을 금지했다. 이탈리아도 이동 제한을 건 데 이어, 전면 ‘통행 금지령’까지 내걸었다.
프랑스도 다중 이용시설의 영업 중단을 명령하는 등 통제에 나섰다. 덴마크는 한 달 동안 국경을 봉쇄키로 했고, 호주도 15일부터 입국자를 14일간 격리토록 함으로써 관광 목적의 외국인 입국을 사실상 차단했다. 폴란드도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고, 체코는 모든 출입을 중지해 자체 봉쇄에 들어갔다.
미국도 영국과 아일랜드를 입국 금지 대상국에 포함하기로 하는 등 각국이 감염병 예방을 위해 성벽을 쌓아올리는 분위기라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진하기자
2020년 3월 25일 제 1040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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