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해 정씨 대종회장 맡아 2년 전 시제 모시러 압해도 방문도
국회 인사청문회 및 임명 동의안 표결 과정 풀어야 할 과제
문재인 대통령이 차기 국무총리로 정세균 전 국회의장을 지명했다.
문 대통령은 17일 직접 정 전 의장에 대한 지명을 발표하며 정 후보자가 국민통합을 이루고 민생과 경제에서 성과를 이룰 적임자라고 밝혔다.
정 전 의장은 20대 국회 전반기에 국회의장을 맡았고, 정계 입문 전에는 쌍용그룹에서 상무까지 지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세균 전 국회의장을 차기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내세운 것은 통합과 화합, 민생과 경제였다.
국회의장 출신이 총리 후보자가 되는 사상 첫 기록을 남기게 됐지만, “3권분립 훼손”이라며 반발하는 야당의 거부감은 국회 인사청문회와 임명동의안 표결 과정에서 풀어야 할 어려운 과제로 떠올랐다.
이번 인사는 여야와 두루 소통하면서 입법뿐 아니라 민생, 경제에 성과를 내야 한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靑 “마냥 모시기 어려웠다… ‘삼고초려’”
문 대통령은 역대 최장기 재임사를 쓸 이 총리 후임으로 경제 전문가를 발탁하겠다는 기조를 오래전부터 세워왔다. 집권 3년 차를 맞아 앞으로 민생과 경제 분야에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성과를 반드시 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한때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냈던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이 사실상 단수 후보로 검토됐던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청와대 등 복수의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정 총리 후보자는 김 의원과 함께 총리 후보자 군에 포함됐던 인물 중 하나였다. 하지만 정 후보자가 “국회의장을 지낸 사람이 총리로 가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며 김 의원을 추천했다고 한다. 이후 김 의원이 유력한 후보로 검토됐으나 참여연대와 민주노총 등 진보진영의 거센 반대가 이어졌다. 결국 김 의원은 총리직을 고사했고 대안으로 정 후보자가 급부상했다.
청와대는 정 후보자를 설득하는 과정을 ‘삼고초려’라고 설명했다. 고위 관계자는 “(정 후보자를) 마냥 모시기가 어려워 여러 오랜 시간 동안 고심하고 삼고초려에 해당되는 여러 노력이 있었다”고 말했다. 초반 후보자를 고사했던 정 후보자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수차례 설득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 후보자가 여당 내 대표적인 경제통인 데다 원내대표와 당대표, 국회의장을 지낸 6선이라는 점이 문 대통령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으로 보인다. 후임 총리가 앞으로 남은 기간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경제성과를 내기 위해선 여야와 두루 친하고 경제 지식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도 이날 브리핑에서 “정 후보자는 경제를 잘 아는 분으로 참여정부 산업부 장관으로 수출 3000억달러 시대를 열었다”며 “풍부한 경륜과 정치력을 갖춘 분”이라고 평가했다.
◆국회의장 당선 당시 호남 기대감도 커
대통령 다음으로 국내의전에서 서열 2위인 20대 국회의장을 지낸 정세균 의장을 배출한 압해정씨 종친회는 정씨 가문을 성공한 지도자로 만드는데 목포에서부터 바람을 일으키자는 여론을 형성하기도 했다.
또 호남에서 최초로 국회의장에 당선된 만큼 호남의 민심과 현안 사업을 반영할 기회가 더 많아져 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길이 확장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컸다.
20대 국회의장을 역임한 정 후보자는 압해정씨 대종회장을 맡고 있다.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서울 종로에서 새누리당 대권 후보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꺾고 승리한 후 직후인 2016년 4월 17일 신안 압해도 도선산에서 열린 압해정씨 시제에 참석하며 자신의 정치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당시 압해정씨 종친회장이었던 정태영 본사 대표는 “호남에서 국회의장을 당선시킨 사례가 없었다”며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와 함께 국회에서 호남을 대변하는 큰 정치인으로 남을 수 있게 호남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역할을 종친회에서 할 계획이다”고 했다.
시제에 참석한 정 후보자는 이날 오전 10시30분 경 도착해 참석자들에게 일일이 악수하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그는 제각에서 제복으로 옷을 갈아입고 시조 정덕성 대양군 묘에서 시제를 올렸다.
한편, 정 후보자는 당시 최대 격전지 가운데 한곳이었던 종로에서 새누리당의 유력한 대선후보로 꼽혀온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물리치고 6선 고지에 오르면서 야권의 대선 잠룡 반열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또 국회의장 당선 후인 2016년 7월 압해도 선영에서 국회의장 취임에 따른 고유제(조상에게 알리는 제사)를 치르고, 종원들과 함께 기념식수를 하기도 했다.
압해정씨는 그동안 정세균 의장을 비롯해 3선 목포시장을 지낸 정종득 목포시장을 배출해 왔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이 정 후보자를 후임 국무총리로 지명하면서 압해정씨 종친회는 이낙연 총리에 이어 호남 출신 총리가 대를 이어 호남 발전에 견인차 역할을 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장관·국회의장·당대표 거친 ‘Mr. 스마일’
6선의 정세균 후보자는 1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 담담한 얼굴로 들어섰다.
살짝 잡힌 미간에서 고심의 흔적이 묻어났다.
그는 “우리 국가가 안팎으로 매우 어려운 시기에 총리에 지명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혼신의 노력을 다 할 작정”이라고 지명 소감을 밝혔다.
정 후보자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말하며 “문재인 대통령이 지명 이유를 말하며 ‘화합과 통합의 정치’를 주문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국회의장을 지내며 여야 간 대화를 통해 협치를 이루려는 시도를 열심히 해왔다. 앞으로 이런저런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인 소통 노력을 펼치겠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경험과 소통능력을 십분 살려 꼬인 정국을 풀어가겠다는 취지다.
정치권에선 전직 국회의장으로 의전서열 2위였던 정 후보자가 의전서열 5위의 총리로 가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정 후보자 스스로도 최근까지 “그림이 좋지 않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친 바 있다.
그는 입장을 선회한 배경에 대해 “많은 분과 대화를 하고, 나 자신도 깊은 성찰을 통해 국민에 힘이 되는 일이라면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는 판단으로 총리 지명을 수락했다”고 설명했다.
정 후보자가 임명될 경우 전북 진안 출신으로 이낙연 국무총리에 이어 ‘호남 총리’의 대를 잇게 된다. 그는 15대 총선 때부터 전북 무주·진안·장수에서만 내리 4선을 역임했다.
19대 총선 때는 지역구를 ‘정치 1번지’인 서울 종로로 옮겨 야권 유력 정치인들을 연달아 제압해 6선 고지에 올랐다.
정 후보자는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당 의장, 민주당 대표 등을 거쳐 당내 입지가 탄탄하다는 평가다.
2005년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시절에는 행정도시특별법, 과거사법 등 개혁입법을 무난하게 처리해 리더십을 입증했다.
2010년 민주당 대표를 맡았을 때도 천안함 사태 여파로 야권이 불리한 상황에서도 당을 일사불란하게 지휘해 6·2지방선거 승리를 이끄는 등 지도력을 보였다.
그는 20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강기정, 오영식, 전병헌 등 소위 ‘정세균(SK)계’ 의원들이 모두 낙마하면서 세가 위축되는 등 고충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종로에서 여권 잠룡이던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10%포인트 이상의 격차로 꺾고 당선돼 화려하게 재도약했다.
기세를 몰아 20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에 오르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처리를 이끌었다.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탄핵안 통과 의사봉을 잡은 입법부 수장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강점으로는 ‘온화하고 탈권위적인 성품’과 ‘경제 전문성’이 꼽힌다. 국회 출입 기자들의 투표로 선정되는 신사적인 의원에게 수여하는 ‘백봉신사상’을 무려 15차례 받아 정치권에선 ‘미스터 스마일’로 불린다. 여기에 쌍용그룹에 입사해 상무이사까지 지내는 등 17년간 샐러리맨의 길을 걸었고, 참여정부 시절 산업자원부 장관까지 역임해 풍부한 경제정책 경험도 큰 자산이다. 그는 부인 최혜경(67)씨와 사이에 1남 1녀를 뒀다. /강하현기자
◇ 약 력
생년월일 : 1950년 9월 26일생(음)
본관 : 압해 정
종교 : 기독교
본적 : 전북 진안군 동향면 능금리 647
▲학력
1956. 3 ∼ 1961. 2 진안군 동향초등학교 졸업
1961. 3 ∼ 1965. 2 진안군 주천고등공민학교
1967. 8 ∼ 1969. 2 전주 신흥고등학교 졸업
1971.3 ∼ 1975. 2 고려대학교 법학과 졸업
1988. ∼ 1990. 美 페퍼다인대 경영학 석사
2000. 3 ∼ 2004.2 경희대학교 경영학 박사
▲경력
1973.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장
1978. ∼ 1995. 6. 쌍용그룹 입사, 상무이사
1994. ∼ 현재 고려대학교 교우회 상임이사
1981. ∼ 현재 대양장학회 이사장
1975. ∼ 현재 고려대학교 석탑장학회 이사
1994. ∼ 현재 (사단법인) 미래농촌연구회 회장
1996.6. ∼ 1997.10.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총재 특별보좌역
1996.9. ∼ 1999. 6. 연청 중앙회장
1998.12.∼ 1999. 3. 국회 IMF환란원인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
1999. ∼ 현재 전주 신흥고등학교 총동문회장
1999. ∼ 2002. 2. 한국장애인사격연맹 회장
2002.5. ∼ 2002.12.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제특보
2002.9. ∼ 2002.12. 16대 대선 노무현후보 선대위
국가비전21위원회 본부장
2002.12.∼ 2003. 9. 새천년민주당 정책위의장
2003.9. ∼ 2004. 5.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
2004.7. ∼ 2005. 1.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
2005.1. ∼ 2006. 1.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2005.10.∼ 2006. 1. 열린우리당 당의장
2006.2. ∼ 2007. 1. 산업자원부 장관
2008.7. ∼ 2010. 8. 민주당 대표,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
제15,16,17,18,19,20대 국회의원
2010.10. 민주당 최고위원회 최고위원
2016. 6. ~ 2018. 5. 제20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2018. 7 ~ 제20대 국회 후반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
2019년 12월 25일 제1028호 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