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받던 공무원은 떠났다…이제 기록이 말해야 한다
정원수 업무 담당 40대 팀장 숨진 채 발견
목포투데이 기자 / mokpotoday1@naver.com 입력 : 2026년 09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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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받던 공무원은 떠났다…이제 기록이 말해야 한다
정원수 업무 담당 40대 팀장 숨진 채 발견
군·행안부 감사와 경찰 조사 진행 중…사망 원인 단정은 금물 유족 “어떤 싸움에도 엮이지 않게 해달라” 사업의 잘못과 조사 과정, 두 갈래 모두 투명하게 밝혀야
신안군청의 문은 평소처럼 열렸지만 한 자리는 영원히 비었다.
신안군 정원산림총괄과에서 정원수·기증수목과 협동조합 관련 업무를 맡았던 40대 전 팀장 A씨가 지난 13일 압해읍 일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당시 관련 사업을 둘러싼 신안군 자체 감사와 행정안전부 감사, 경찰 조사를 받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감사와 수사가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었다고 현재 단계에서 단정해서는 안 된다.
가장 먼저 존중해야 할 것은 유족의 뜻이다.
유족은 지난 17일 법률대리인을 통해 “더 이상 어떤 싸움에도 휘말리고 싶지 않다”며 세 아이와 조용히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유족 명의를 이용해 유포되는 자료에 대해서도 자신들의 의사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제 고인의 죽음과 유족의 슬픔을 어느 편의 주장에 유리한 증거처럼 꺼내 드는 행위부터 멈춰야 한다.
그렇다고 정원수 사업을 둘러싼 행정적·법률적 의문까지 덮자는 뜻은 아니다.
공개된 보도 내용에 따르면 신안군은 정원수협동조합과 399억 원 상당의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건당 5천만 원 이하로 나눠 모두 939차례 수의계약을 한 사실이 감사 과정에서 확인됐다. 신안군은 관련 법률을 검토하면서 이미 묘목을 준비한 조합원들의 피해를 줄일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사업의 위법·부당 여부는 계약서와 예산서, 지시 문서와 결재 기록을 통해 밝히면 된다. 그러나 그 책임을 묻는 과정 역시 기록과 절차에 따라야 한다.
목포투데이는 지난 9월 2일자 보도에서 신안군공무원노동조합이 정책 결정자와 업무 지시자, 결재권자까지 포함한 책임 규명을 요구한 사실을 전했다. 노조의 요구는 간단하다. 서류에 이름이 가장 많이 등장하는 실무자만 들여다보지 말고, 사업을 결정하고 지시하고 승인한 전체 의사결정 구조를 확인하라는 것이다.
A씨의 사망 이후에는 또 하나의 확인이 필요해졌다. 사업 감사뿐 아니라 감사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됐는지도 객관적인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A씨가 언제부터 몇 차례 조사를 받았는지, 군 감사와 행안부 감사 및 경찰 조사는 어떻게 이어졌는지, 같은 자료와 같은 질문이 반복됐는지, 조사 과정에서 고압적 언행이나 부당한 요구가 있었다는 주장이 사실인지 확인해야 한다. 확인되지 않은 메모와 전언을 먼저 흘려 여론전을 벌이는 것도 금물이다.
이번 사건을 두고 “감사 때문에 사람이 죽었다”고 미리 결론을 내리는 것도 위험하고, 반대로 “개인의 선택일 뿐”이라며 행정기관의 책임 가능성을 지워버리는 것도 무책임하다.
죽음을 방패로 삼아 사업 의혹을 덮어서도 안 된다. 사업 의혹을 밝힌다는 명분으로 죽음과 유족을 공격해서도 안 된다. 두 사안은 분리해 조사하되, 어느 한쪽도 빠뜨려서는 안 된다.
한 공무원은 이제 직접 말할 수 없다. 그렇다면 남은 공문과 결재선, 조사 기록이 말하게 해야 한다. 그것이 고인을 정쟁의 도구로 만들지 않으면서도 진실에 다가가는 가장 차분한 길이다.
책임은 결재선을 따라 묻고, 조직은 기록으로 지켜라
실무·지시·결정·승인 단계 분리해 책임 판단해야 감사 내용뿐 아니라 조사 횟수와 과정도 기록·공개 유족 보호와 공직사회 회복, 진상 규명과 함께 가야
정원수 사업은 나무를 심는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 신안군에 더 절실한 것은 사람을 보호할 수 있는 행정의 그늘이다.
신안군 공무원 사망 사건 이후 지역사회는 다시 두 편으로 갈라지고 있다. 한쪽에서는 전임 군정 사업의 문제를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다른 쪽에서는 새 군정의 감사 방식부터 조사해야 한다고 맞선다.
하지만 이번 사안을 전임과 현임, 우리 편과 상대편의 싸움으로만 몰아가면 정작 밝혀야 할 사실이 사라진다. 필요한 것은 구호가 아니라 문서이고, 소문이 아니라 시간대별 기록이다.
399억 원 규모의 계약이 939차례로 나뉘었다면 그것은 담당 공무원 한 사람이 책상에서 즉흥적으로 끝낼 수 있는 규모가 아니다. 사업계획 수립, 예산 검토, 계약 방식 결정, 법률 검토, 상급자 보고와 결재, 사후 감독이 어떤 순서로 이뤄졌는지부터 펼쳐놓아야 한다.
실무자가 작성한 문서와 정책 결정자가 내린 판단은 같지 않다. 지시받아 집행한 책임과 사업을 설계하고 승인한 책임도 같을 수 없다.
감사는 책임을 공평하게 나누는 저울이어야 한다. 가장 아래에 있는 사람의 서류만 많이 발견됐다는 이유로 그 사람에게 책임의 무게를 몰아준다면 그것은 진상 규명이 아니라 행정 편의다.
신안군공무원노조가 정책 결정자와 지시자, 결재권자까지 조사하고 실제 권한과 관여 정도에 따라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요구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노조는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거나 문제를 제기한 직원이 인사상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제 신안군은 두 개의 기록을 군민 앞에 내놓아야 한다.
첫째는 정원수 사업의 결정 기록이다. 누가 사업을 제안했고, 누가 계약 방식을 검토했으며, 어느 결재선에서 승인됐는지를 시간순으로 공개해야 한다. 조합원들이 묘목을 준비하게 된 근거와 군이 사업 추진이 어렵다고 판단한 시점도 명확히 밝혀야 한다.
둘째는 감사와 조사 과정의 기록이다. 조사기관별 출석 횟수와 시간, 요구 자료, 주요 질문, 조사 과정에서 제기된 이의와 조치 내용을 정리해야 한다. 감사기관 스스로 조사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확인하고, 군의 해명만으로 부족하다면 군의회나 외부 전문가가 기록을 검증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공직사회를 보호하는 장치도 필요하다. 같은 사안을 여러 기관이 동시에 조사할 때에는 기관 간 조사 일정을 조정하고, 반복 출석과 중복 자료 요구를 줄여야 한다. 공무원이 요청할 경우 노조 관계자나 조력자가 조사 절차를 확인할 수 있게 하고, 심리적 위기 신호가 확인되면 즉시 전문 상담과 업무 분리 조치를 연결해야 한다.
이는 잘못한 사람을 봐주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책임을 정확한 사람에게 정확한 무게로 묻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유족 보호는 그보다 먼저다. 가족 명의의 확인되지 않은 글과 사적 대화, 사진과 문서를 유포해서는 안 된다. 고인의 죽음을 이용해 정치적 공격을 하거나 반대편을 침묵시키는 일도 멈춰야 한다. 유족은 이미 어떤 싸움에도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공동체의 회복은 진실을 덮는 데서 시작되지 않는다. 잘못은 끝까지 밝히되, 잘못하지 않은 사람까지 함께 무너뜨리지 않는 것에서 시작된다.
신안군이 세워야 할 것은 새로운 방어논리가 아니다. 누가 읽어도 같은 결론에 도달할 수 있는 공적 기록이다. 그 기록이 사업의 잘못과 감사 과정의 적정성을 함께 말하게 해야 한다.
나무는 상처가 나면 그 자리에 나이테를 남긴다. 행정도 이번 비극을 흔적 없이 덮어서는 안 된다. 무엇이 잘못됐고 누구에게 책임이 있으며, 다시는 같은 일이 생기지 않도록 무엇을 바꿨는지 군민 앞에 오래 남겨야 한다.
/ 정태영기자
1350호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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