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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의 역설 - 2회
잠 7시간은 법칙인가, 평균인가?
잠이 짧아도 문제, 길어도 위험? 숫자에 갇힌 수면 건강의 함정
사람들은 잠에도 정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루 7시간은 자야 한다. 가능하면 8시간을 채워야 한다. 여섯 시간밖에 못 자면 건강을 해치고, 아홉 시간 넘게 자면 너무 많이 잔다고 걱정한다. 건강정보를 검색할 때마다 숫자가 따라붙는다. 7시간, 8시간, 때로는 6시간 반. 그러다 보니 잠은 몸의 신호보다 시계로 판단하는 일이 돼버렸다. 아침에 정신이 맑고 낮에도 졸리지 않는데 “6시간밖에 못 잤다”며 불안해한다. 반대로 8시간을 침대에 누워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충분히 회복됐다고 믿는다.
그렇다면 현대 의학이 말하는 ‘7시간 수면’은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절대 법칙일까. 아니다. 7시간은 수많은 사람의 수면시간과 질병, 사망률을 관찰해 찾아낸 가장 넓은 안전지대에 가깝다. 개개인의 몸에 입력된 생명의 비밀번호는 아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18~60세 성인에게 하루 7시간 이상의 수면을 권고한다. 61~64세는 7~9시간, 65세 이상은 7~8시간을 권장한다. 연령에 따라 필요한 수면량이 달라진다는 뜻이다. 청소년은 8~10시간, 초등학생 연령은 9~12시간이 권장된다. 여기서 중요한 표현은 ‘정확히 7시간’이 아니라 ‘7시간 이상’ 또는 연령별 권장 범위다.
수면시간은 신발 크기와 비슷하다. 평균 치수는 있지만 모두가 같은 신발을 신을 수는 없다. 어떤 사람은 7시간을 자야 개운하고, 어떤 사람은 8시간 반이 필요하다. 극히 드물지만 6시간 안팎의 잠에도 낮 동안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사람도 있다.
문제는 평균을 개인에게 강요할 때 생긴다. 7시간은 어떻게 건강의 기준이 됐나 7시간이라는 숫자는 어느 날 의사 한 사람이 정한 것이 아니다. 연구자들은 수십만 명에게 평소 몇 시간을 자는지 물었다. 그리고 수년 또는 수십 년 뒤 심혈관질환, 당뇨, 암과 전체 사망률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비교했다.
여러 연구에서 비슷한 그림이 나타났다. 잠이 지나치게 짧은 사람에게서 위험이 올라갔다. 그런데 잠이 지나치게 긴 사람에게서도 위험이 높아졌다. 그래프로 그리면 양쪽 끝이 올라가고 가운데가 낮아지는 알파벳 ‘U’ 모양이 됐다. 이를 수면과 건강의 ‘U자형 관계’라고 부른다. 대규모 체계적 문헌고찰과 메타분석에서도 짧은 수면과 긴 수면 모두 전체 사망 위험 증가와 연관되는 경향이 반복적으로 관찰됐다. 다만 연구마다 ‘짧은 잠’과 ‘긴 잠’을 나누는 기준이 조금씩 달랐고, 모든 연구에서 완전히 같은 모양이 나타난 것은 아니다. 여기서 언론과 독자가 조심해야 할 대목이 있다. ‘연관됐다’는 말과 ‘원인이 됐다’는 말은 다르다. 잠이 짧은 사람이 더 많이 아팠다고 해서 잠 부족만이 모든 병을 일으켰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교대근무, 야간노동, 스트레스, 경제적 어려움, 통증, 우울증, 음주, 비만과 수면무호흡 등이 함께 작용했을 수 있다.
긴 수면도 마찬가지다. 오래 자서 아픈가, 아파서 오래 자는가 사람들은 긴 잠도 위험하다는 연구를 접하면 억지로 일찍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홉 시간 자면 수명이 줄어든다더라.” 그러나 이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원인과 결과가 뒤집힐 수 있다.
이미 몸속에 질환이 시작돼 피로가 심해지고 잠이 길어진 사람도 있다. 우울증과 신경계질환, 심혈관질환, 만성염증, 빈혈, 갑상선 문제, 약물 부작용 등이 잠을 늘릴 수 있다.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사람은 오랜 시간 침대에 있어도 자주 숨이 막히고 미세하게 깬다. 아홉 시간을 누워 있었지만 실제로는 깊게 회복하지 못한다. 그러니 더 오래 자게 되고, 낮에도 피곤하다. 이 경우 긴 잠은 병의 원인이라기보다 몸속 이상을 알리는 경고등일 수 있다. 긴 수면과 사망률의 관계를 비판적으로 검토한 연구들도 기저질환과 수면 분절, 낮은 수면의 질, 사회경제적 요인 때문에 긴 잠이 위험표지로 나타났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따라서 아홉 시간을 잤다는 이유만으로 잠을 줄일 것이 아니라 먼저 물어야 한다. 왜 이렇게 오래 자야 하는가. 자고 나서도 피곤한가. 밤에 자주 깨는가. 코를 심하게 골거나 숨이 멎는가. 복용약이나 질병이 바뀌었는가. 숫자보다 원인을 봐야 한다.
침대에 8시간, 실제 잠은 6시간 수면 연구의 또 다른 함정은 ‘잠을 잰 방법’이다. 많은 장기 연구는 참가자의 뇌파를 매일 측정하지 않았다. “평소 하루에 몇 시간 잡니까”라고 물은 뒤 답변을 기록했다. 사람은 자신이 실제로 몇 시간을 잤는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 밤 11시에 침대에 들어가 오전 7시에 일어나면 8시간 잤다고 말한다. 그러나 잠드는 데 40분이 걸렸고, 새벽에 화장실을 다녀오고, 중간에 몇 번 깼다면 실제 수면시간은 더 짧다. 반대로 밤잠은 6시간이지만 오후에 30분씩 두 번 낮잠을 잔다면 24시간 전체 수면은 7시간이다.
잠의 길이를 정확히 알려면 최소한 다음을 구분해야 한다.
- 침대에 머문 시간, - 실제로 잠든 시간, - 중간에 깬 시간, - 낮잠과 토막잠, - 주말의 보충수면.
그런데 우리가 말하는 “나는 여섯 시간밖에 안 잔다”는 말에는 이 시간이 뒤섞여 있다. 미국 국립직업안전보건연구원도 대부분의 성인은 약 7~8시간의 양질의 잠이 필요하지만 개인차가 있으며, 중간 각성이 잦지 않고 자신에게 충분한 길이여야 한다고 설명한다. ‘몇 시간’만큼 ‘어떻게 잤는가’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8시간 자고도 피곤한 사람 오래 잤는데도 피곤한 사람은 의외로 많다. 이들은 잠의 양은 채웠지만 질이 깨졌을 수 있다. 코골이와 수면무호흡, 통증, 야간뇨, 역류성 식도염, 불안과 우울, 술과 수면제, 늦은 카페인 섭취가 잠을 잘게 끊는다. 본인은 깬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뇌와 몸은 여러 번 각성한다. 잠은 이어져야 회복된다.
한밤중에 계속 끊긴 잠은 여덟 시간이라는 숫자를 채워도 회복력이 약할 수 있다. 최근 수면 연구도 총수면시간뿐 아니라 수면단계, 규칙성, 수면의 질을 함께 봐야 만성질환 위험을 더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반대로 비교적 짧게 자더라도 일정한 시간에 잠들고, 중간에 거의 깨지 않으며, 낮 동안 졸리지 않는 사람은 체감 상태가 좋을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도 착각하면 안 된다. “나는 깊게 자니까 네 시간이면 충분하다”는 주장은 객관적인 확인 없이 하기 어렵다. 깊은 잠의 비율이 높다고 해도 전체 수면이 너무 짧으면 밤 후반에 상대적으로 많이 나타나는 렘수면과 정서·기억 처리 시간이 줄어들 수 있다. 수면의 질은 양을 완전히 대신하는 마법이 아니다.
주말 몰아자면 빚이 없어질까 평일에는 다섯 시간씩 자고 주말에는 열 시간씩 자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말한다. “주말에 몰아서 자면 된다.” 부족한 잠을 일부 보충하면 피로가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평일마다 수면을 크게 줄이고 주말마다 늦잠을 자면 취침과 기상시간이 흔들린다. 몸은 월요일마다 다시 시차 적응을 해야 한다. 주말 보충수면이 아무 의미 없다는 뜻은 아니다. 부족한 잠을 조금이라도 보완하는 것은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매주 반복되는 만성 수면 부족을 완전히 없애는 면죄부는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평일에도 자신에게 필요한 최소 수면을 지키는 것이다. 잠은 월말에 한꺼번에 갚는 카드대금이 아니다. 매일 일정 부분 회복해야 하는 생명의 작업이다.
나이가 들면 잠이 줄어드는 것이 정상인가 노년층은 “나이가 들면 잠이 없어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나이가 들면 수면 구조가 달라질 수 있다. 깊은 잠이 줄고, 잠이 얕아지며, 새벽에 일찍 깨는 일이 늘어난다. 낮잠과 휴식이 많아질 수도 있다. 그러나 노인이 됐다고 필요한 잠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65세 이상에게도 일반적으로 7~8시간의 수면이 권장된다. 다만 밤에 연속해서 자지 못하고 낮잠으로 일부를 채울 수 있다.
노년기에는 수면시간만큼 낮 동안의 기능을 봐야 한다. 밤잠이 여섯 시간이어도 낮에 맑고 활동적이며 짧은 낮잠으로 회복된다면 큰 문제가 없을 수 있다. 반대로 밤에 아홉 시간을 누워 있어도 낮에 계속 졸고 기억력이 갑자기 떨어지며 보행이 불안하다면 건강 점검이 필요하다. 긴 잠이 노화의 자연현상인지, 질병과 약물의 신호인지 구분해야 한다.
수면시간보다 먼저 볼 네 가지 “나는 몇 시간을 자야 합니까.” 의사와 수면전문가가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하지만 숫자 하나만으로 답하기 어렵다.
첫째, 낮에 졸리는가. 회의, 독서, 텔레비전 시청, 운전 중 자꾸 졸린다면 밤잠이 부족하거나 질이 나쁠 수 있다. 둘째, 알람 없이 깰 수 있는가. 매일 여러 번 알람을 끄고 간신히 일어나며, 주말마다 서너 시간 더 잔다면 평일 수면 부족이 쌓였을 가능성이 있다. 셋째, 잠이 규칙적인가. 총수면시간이 비슷해도 취침과 기상시간이 날마다 크게 흔들리면 몸의 생체리듬이 불안정해진다. 넷째, 자고 나서 회복되는가. 아침 두통, 입마름, 심한 코골이, 무호흡, 온몸의 피로가 계속되면 단순히 시간을 늘리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 이 네 가지를 보지 않고 7시간만 채우면 건강해진다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
7시간은 생명의 비밀번호가 아니다 수면시간 연구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대부분의 성인에게 만성적인 짧은 잠은 건강에 좋지 않다. 오랜 기간 5시간 이하의 수면을 반복하면서 아무 문제도 없을 것이라고 믿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7시간을 1분이라도 채우지 못하면 병이 생기고, 8시간을 넘기면 위험하다는 식의 해석도 옳지 않다.
7시간은 평균적인 안전선이다. 사람마다 필요한 잠은 다르고, 같은 사람도 나이와 질병, 노동 강도, 회복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잠은 숫자가 아니라 몸의 반응으로 확인해야 한다. 아침에 어떻게 일어나는가. 낮 동안 정신이 맑은가. 주말에 몰아 자야 버틸 수 있는가. 중간에 자주 깨지는 않는가. 최근 수면시간이 갑자기 길거나 짧아지지는 않았는가. 몸은 시계보다 먼저 답을 알고 있다. 7시간은 건강을 지켜주는 마법의 숫자가 아니다. 수많은 사람의 삶을 관찰해 찾아낸 넓은 안전지대다.
그 안전지대 안에서도 잠의 질이 나쁠 수 있고, 바깥에 있어도 특별한 체질의 사람이 존재한다. 하지만 극소수의 예외를 근거로 자신의 만성 수면 부족을 합리화해서도 안 된다.
목포투데이가 이번 회에서 내리는 결론은 간단하다. 잠은 시간을 채우는 노동이 아니다. 몸과 뇌가 다음 날 다시 일어날 만큼 회복하는 과정이다. 7시간을 잤는지만 묻지 말자. 그 잠이 나를 다시 살려냈는지를 물어야 한다.
7시간은 법칙이 아니라 평균이다. 그러나 평균에는 수많은 사람의 아픔과 생존 기록이 들어 있다.
※ 자료: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미국 국립직업안전보건연구원(NIOSH), 수면시간과 사망률에 관한 체계적 문헌고찰 및 메타분석.
수면 건강은 ‘몇 시간을 누워 있었는가’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실제로 잠든 시간과 중간 각성, 낮잠, 다음 날의 회복 상태를 함께 살펴야 한다. /정태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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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부족한 아이, 공부효율과 성적은 어떻게 무너지는가
공부시간이 길어도 결과는 줄어들 수 있다. 기억력·집중력·판단력·감정까지 흔든다.
잠이 부족한 아이는 눈을 뜨고 있어도 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책상에 오래 앉아 있다고 해서 공부가 되는 것은 아니다. 같은 문장을 반복해서 읽고, 쉬운 문제에서도 실수가 늘어난다. 기억력과 집중력, 판단력과 감정 조절까지 흔들리면 공부시간이 길어도 실제 성과는 줄어들 수 있다.
기억력은 저장보다 ‘정리’의 문제 공부한 내용을 오래 기억하려면 뇌가 새 정보를 정리하고 기존 지식과 연결해야 한다. 잠은 이 정리작업을 돕는 시간이다. 잠이 부족하면 외운 내용이 머릿속에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다. 같은 단어를 아침에 다시 봐도 뜻이 바로 떠오르지 않고, 알고 있던 수학 공식도 시험장에서 제대로 꺼내 쓰지 못할 수 있다. 잠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배운 것을 기억으로 바꾸는 과정이다. 집중력은 짧아지고 산만함은 늘어난다 수면 부족은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줄인다. 책을 10분 읽었지만 실제로 집중한 시간은 훨씬 짧을 수 있다. 작은 소리에도 쉽게 흔들리고, 휴대전화와 주변 자극에 자꾸 눈이 간다. 집중력이 짧아지면 공부는 끊어지고, 효율도 함께 떨어진다. 판단력과 문제해결력이 흔들린다 잠이 부족한 뇌는 복잡한 정보를 처리하기를 힘들어한다. 문제를 읽어도 핵심을 놓치고, 보기 중에서 선택할 때 평소보다 망설인다. 쉬운 문제도 급하게 풀다가 틀릴 수 있다. 판단력이 흔들리면 작은 실수가 연속해서 생기고, 시험 전체의 흐름까지 무너질 수 있다. 감정 조절이 어렵고 짜증이 늘어난다 잠이 부족하면 감정의 스위치도 약해진다. 평소에는 넘길 수 있는 말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작은 실수에도 쉽게 화를 낸다. 시험을 앞두고 불안과 긴장이 커지면 부모와의 갈등도 잦아질 수 있다. 잠은 마음의 체력이다.
공부시간이 길어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 이유 잠이 부족한 아이는 공부의 여러 단계를 제대로 밟지 못한다. 읽기, 이해하기, 기억하기, 적용하기의 과정이 중간에서 끊긴다. 시간을 오래 들여도 결과가 나지 않는 이유다. 성적을 올리는 것은 공부시간의 길이만이 아니다. 뇌가 가장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 먼저다.
기억해야 할 정박사의 취재노트 공부시간을 늘리는 것보다 뇌가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잠을 지키는 것이 먼저다. 잠이 무너지면 공부도 성적도 함께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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