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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칼럼>
대통령과 점심 한 끼, 정책은 몇 끼?
사진은 하루, 성과는 수십 년 … 역사가 남긴 ‘식탁 정치’의 교훈
함께 밥을 먹었다고 모두 약속이 이루어진 것 아니다
(1면 공갈빵 만평에 이어) 정치권에서는 대통령과의 단독 면담이나 오찬이 성사되면 곧바로 ‘성과’로 포장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함께 찍은 사진 한 장은 언론의 주목을 받고, 지역사회에는 기대감이 번진다.
그러나 역사를 돌아보면 권력자와의 식사가 반드시 정책의 실현이나 지역 발전으로 이어진 사례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최근 광주·전남 통합 논의 과정에서도 대통령과의 단독 오찬 소식이 알려지며 정치권이 이를 앞다퉈 홍보하고 있다. 누구는 대통령과 가까운 관계를 강조하고, 누구는 통합 논의의 동력을 확보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시민들이 정말 궁금한 것은 식사 자리가 아니라 그 이후 어떤 결과가 나오는가 하는 점이다.
역사는 ‘사진’보다 ‘성과’를 오래 기억한다. 조선시대에도 임금과 가까운 대신이 하루아침에 실각한 사례는 수없이 많았다. 왕의 수라상에 함께 앉았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백성들이 체감하는 정책과 국정 운영이었다.
왕의 총애는 순간이었지만, 백성의 평가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기록으로 남았다.
세계 정치도 크게 다르지 않다.
1985년 미국 레이건 대통령과 소련 고르바초프 서기장은 제네바 정상회담에서 단독 대화와 만찬을 이어가며 냉전 해빙의 기대를 키웠다. 하지만 냉전의 종식은 그 한 번의 식사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수년간 이어진 협상과 상호 양보가 쌓여 만들어낸 결과였다.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역시 세계인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공동 오찬 장면은 역사적 사진으로 남았지만, 이후 비핵화 협상은 난항을 겪었고 기대했던 결실은 충분히 이어지지 못했다. 화려한 식사는 가능했지만 현실의 벽은 더 높았다.
미국 대통령들의 선거 공약도 비슷하다. 선거 때는 수백 개의 약속이 쏟아지지만 의회의 반대, 재정 문제, 국제 정세 변화 등 현실의 장벽을 넘지 못해 수정되거나 폐기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국민은 결국 약속보다 실행을 평가한다.
우리 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광주·전남 통합이라는 거대한 과제는 단순한 정치 이벤트가 아니다. 행정구역 통합은 예산과 산업, 교육, 의료, 교통, 문화까지 시민 생활 전반을 바꾸는 중대한 정책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과의 식사 자체보다 통합 이후 어떤 청사진을 제시할 것인지가 더욱 중요하다.
지역민들은 이미 알고 있다.
‘누가 대통령과 점심을 먹었는가’ 보다 ‘누가 지역 예산을 확보했고, 누가 일자리를 만들었으며, 누가 청년이 떠나지 않는 도시를 만들었는가’를 더 오래 기억한다.
정치는 사진으로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사진만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식탁 위에서 나눈 대화는 결국 현장에서 실천으로 증명되어야 한다.
광주·전남 통합 역시 마찬가지다. 정치인의 홍보 경쟁이 아니라 시민 삶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먼저 나와야 한다. 통합은 선언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행정의 준비, 주민의 공감, 지속적인 협력이 더해질 때 비로소 성공할 수 있다. 정치는 이벤트가 아니라 결과의 예술이다.
대통령과의 점심은 시작일 수는 있어도 결론은 아니다. 사진은 하루를 남기지만 정책은 수십 년을 남긴다. 시민이 기억하는 것은 화려한 식탁이 아니라 지역을 바꾼 실천이다.
공갈빵 한마디 “정치는 사진으로 박수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역사는 결과로 점수를 매긴다.” /정태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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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식탁 정치 10선
“밥은 함께 먹었지만, 역사는 결과를 물었다” 정치에서 식사는 단순한 식사가 아니다. 권력자는 식탁에서 신뢰를 만들고, 정치인은 사진으로 기대를 키운다. 그러나 역사는 한결같다. 함께 밥을 먹었다고 모두 약속이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① 조선 세종과 황희 정승
세종은 황희를 자주 불러 식사와 차를 함께하며 국정을 논의했다. 두 사람의 신뢰는 오랜 개혁으로 이어졌다. 식사는 성공의 시작이었지만, 진짜 성과는 수십 년간의 행정이었다. ② 연산군과 총신들 연산군은 총애하는 신하들과 잦은 연회를 열었다. 그러나 충성 경쟁은 국정을 무너뜨렸고, 연회가 많을수록 백성의 삶은 더 어려워졌다. 가까운 식탁이 반드시 좋은 정치를 만드는 것은 아니었다. ③ 처칠과 루스벨트 제2차 세계대전 동안 두 정상은 여러 차례 함께 식사하며 연합군 전략을 논의했다. 식사는 전쟁을 끝내지 못했지만, 꾸준한 협력과 실행이 결국 승리로 이어졌다. ④ 닉슨과 마오쩌둥 1972년 베이징 국빈 만찬은 세계를 놀라게 했다. 냉전의 벽을 허무는 상징이 되었지만, 미·중 관계 개선은 이후 수십 년간 이어진 외교와 경제 협력의 결과였다. ⑤ 레이건과 고르바초프 1985년 제네바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식사와 산책을 함께했다. 언론은 ‘냉전이 끝난다’고 기대했지만, 실제 변화는 이후 여러 차례 협상과 군축 합의가 쌓이며 이루어졌다. ⑥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총리 1998년 공동 만찬과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은 한·일 관계의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고 역사 문제와 영토 갈등이 이어지며 약속의 상당 부분은 지속되지 못했다. ⑦ 남북 정상회담의 만찬 2000년과 2007년, 2018년 남북 정상은 함께 식사하며 평화를 약속했다. 감동적인 장면은 세계인의 기억에 남았지만, 남북관계는 국제 정세와 안보 문제 속에서 다시 여러 차례 흔들렸다. ⑧ 트럼프와 김정은 싱가포르와 하노이 정상회담은 세계 최고의 ‘식탁 외교’였다. 그러나 비핵화와 제재 해제는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화려한 사진만 역사에 남았다. ⑨ 바이든과 기업 CEO들 미국 대통령들은 수시로 대기업 CEO들과 오찬을 한다. 투자와 일자리 확대를 약속하지만, 경기와 의회의 변수로 계획이 수정되는 경우도 많다. 식사는 시작일 뿐, 실행이 성패를 가른다. ⑩ 오늘의 지방정치 대통령과의 단독 오찬은 지역 정치인에게 큰 상징이다. 그러나 시민은 시간이 지나면 누구와 식사했는지보다 얼마의 국비를 확보했고, 어떤 정책을 실현했는지를 더 오래 기억한다.
■ 공갈빵 취재노트 “정치의 식탁은 사진을 남긴다. 행정의 성과는 역사를 남긴다.” “밥은 함께 먹을 수 있다. 성과는 함께 만들어야 한다.“ /정태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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